올해 두 번째 규모 77조원 '빅딜' 나왔다…브로드컴, VM웨어 인수

브로드컴 반도체 업계 시총 5위 규모
다른 인수자 물색할 수 있는 '고숍' 조항 삽입
MS, 오라클 등 인수 참전 가능성은 낮아
'친중'으로 분류되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VM웨어를 610억달러(77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올해 성사된 인수합병(M&A)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브로드컴은 26일(현지시간) “VM웨어를 6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다. 통신장비에 반도체칩을 공급하는 게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274억5000만달러, 영업이익 86억6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2248억달러로 전세계 반도체 기업 중 TSMC, 엔비디아, 삼성, ASML에 이어 5위 규모다. 이 회사 인력 상당수가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에 있을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인 혹 탄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여서 친중 업체로 여겨진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설계사인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VM웨어 인수를 놓고 양사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브로드컴 웹사이트 캡쳐
이번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1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7조원)에 인수한 이후 가장 규모가 큰 M&A 계약이다. 브로드컴은 주당 142.50달러에 VM웨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날 VM웨어 주식 종가(124.36달러) 대비 14.6% 높다. VM웨어 기존 주주는 주당 현금 142.50달러를 받거나 주당 브로드컴 주식 0.2520주를 받을 수 있다.

VM웨어는 지난해 11월 델에서 떨어져 나온 데이터센터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이 업체 본사도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VM웨어는 동일한 하드웨어에서 서로 다른 운영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화 개념을 사업화한 선두 업체로 불린다. 현재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분야가 주력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로 11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인수 계약엔 VM웨어가 오는 7월 5일까지 다른 인수업체들을 물색할 수 있는 ‘고숍(go-shop)’ 조항이 삽입됐다. 다만 실제 다른 투자자가 등장해 이번 인수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의견이다. 투자정보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어느 소프트업체가 브로드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VM웨어에 제안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고숍 조항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마크 모어들러 애널리스트는 “다른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나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회사가 VM웨어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사업과의 중복 가능성과 시장 독점 등 규제 문제로, 오라클은 최근 의료전자기록 업체 세르너를 인수하느라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없을 것으로 봤다.


업계에선 브로드컴이 기존 소프트웨어 영업망을 활용해 VM웨어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VM웨어 사업부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로드컴은 “(이번 인수로) 고객들에게 복잡한 정보기술(IT) 인프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와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라구 라구람 VM웨어 최고경영자(CEO)는 “브로드컴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됨으로써 서비스와 혁신에 대한 약속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브로드컴의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와 우리의 자산, 인력을 결합하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주자(player)가 탄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