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부의장 "디지털달러 없이 달러패권 유지 가능하겠느냐"

"행정부·의회 명확히 지지해야 발행…실제 사용까지 5년은 걸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인자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달러화 발행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세계적 패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달러의 세계적 지위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주요국들이 "자체적인 디지털화폐를 추진하는 만큼, 미국이 이를 발행하지 않고도 지금 같은 종류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은 CBDC 도입 검토 절차를 밟고 있으며, 중국은 자체 CBDC인 디지털위안화를 시범 서비스 중이다. 이처럼 전세계에서 9개국이 CBDC를 발행했고, 87개국은 발행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CBDC의 발행 필요성을 두고 연준 내부의 의견도 갈리고 있으며, 수개월에 걸친 공개협의를 최근에야 끝냈다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찬성론자인 반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달러 거래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을 통해 진행 중이고 CBDC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는 만큼 연준은 행정부나 의회의 명확한 지지 없이는 디지털달러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연준 차원에서 아무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재확인하면서 "발행할 때의 위험이 있는 것처럼 발행하지 않을 때의 위험이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화폐나 외국의 CBDC가 인기를 끄는 등 전 세계가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달러 발행이 금융시스템의 안정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달러 발행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달러 도입 시 중앙은행 화폐가 개인별 전자지갑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은행 등의 금융권 계좌를 거칠 필요가 없어지고, 따라서 예금이 줄고 신용창조 기능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이러한 금융권의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의 디지털달러 계좌 송금 및 예치액 상한을 정하는 방안, 디지털달러 예치액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방식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촉발된 가상화폐 전반의 혼란과 관련해서는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투자자 보호, 금융 안정과 공정한 경쟁환경 확보, 금융시스템 혁신 등을 위해 "명확한 규제 가드레일이 필요함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