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행복

한경 CMO Insight

광고에서 채굴한 행복 메시지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김병희 서원대 교수
한 잔의 커피가 행복한 일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커피 한 잔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으니까.

커피는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데워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향기롭게 연결해주기도 한다.시인 T. S. 엘리엇은 “나는 커피 숟가락으로 내 삶을 돌아본다”고 했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고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시나리오 작가 마크 헬프린도 이런 말을 남겼다. “커피는 이 세상의 모든 종교를 합친 것보다 더 강하며, 어쩌면 인간의 영혼 그 자체보다도 강할 것이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지 않으면 하루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다. 커피는 밥보다 비싼 후식이라며 한때 주요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 사무실에서나 거리에서나 한 손에 커피를 든 사람들을 자주 목도할 수 있다.커피 바리스타 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바리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바(bar)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란 뜻이다. 좋은 원두를 선택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스텔라(Stella) 커피포트의 광고 ‘거미’ 편(2013)을 보면 여성의 입술이 크게 부각돼있다. 이탈리아 장인들의 명품으로 유명한 스텔라 브랜드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웬만한 커피 기계보다 더 진하고 부드럽게 추출하는 커피포트로 잘 알려져 있다.

광고에서는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 향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입술에 거미가 달라붙어 있는 장면을 제시했다. 자세히 보니 실제 거미가 아니라 볶은 원두를 붙여서 만들어낸 모형 거미다.거미의 몸통은 커다란 커피콩 두 개를 이어 붙였고, 다리 4쌍은 자그마한 커피콩 여러 개를 이어 붙였다. 커피 향이 너무 좋아 거미도 커피를 마신 여성의 입술을 탐낸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이어지는 광고인 ‘전갈’ 편(2013)에서도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추출한다는 스텔라 커피포트의 소비자 혜택을 강조했다. 이 광고에서는 전갈 모양의 곤충이 여성의 콧구멍을 속으로 기어가고 있다. 커피 향기를 맡았을 법한 여성의 콧속이 전갈이 가려고 하는 목적지다.

역시 커피콩을 이어 붙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전갈이지만 실제로 전갈이 기어가는 듯이 실감나게 표현했다. 디자이너의 창작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른쪽 하단의 커피포트 옆에는 한 줄의 카피가 붙어 있다.“커피 한 모금(The bite of coffee).” 곤충들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커피 향이 좋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광고를 보면 커피 마시고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스텔라 커피포트의 광고 ‘거미’ 편과 ‘전갈’ 편 (2013)
영국 맥도날드(McDonald's) 맥카페 커피의 광고 ‘고양이’ 편(2021)에서는 식품업계에 만연한 푸드 스타일링을 비트는 흥미로운 내용을 선보였다. 푸드 스타일링(Food styling)이란 식품과 음식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연출하는 기법이다.

광고에서는 커피 본연의 맛과 단순함을 강조하기 위해 과도하게 푸드 스타일링을 시도하는 업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광고를 보면 지면을 반으로 나눴다.

지면 왼쪽에 고양이 한 마리가 정면을 노려보고 있는데, 그 앞으로 커피를 슬쩍 밀어 넣는 순간을 제시하고 이런 카피를 덧붙였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이 귀여운 고양이 옆에 우리의 커피 잔을 둘 수도 있습니다.”

오른 쪽에는 맥카페 커피를 제시하고 이런 카피를 썼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은 간단하니까요.”

이어지는 광고인 ‘여성’ 편(2013)에서도 지면을 반으로 나눈 똑같은 레이아웃을 유지했다. 지면 왼쪽에는 한 여성이 눈을 감은 채 누군가가 전해주는 맥카페 커피 향에 취해 있는 순간을 보여 주며 카피를 이렇게 썼다.

“우리는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어색하게 커피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지면에는 역시 맥카페 커피를 제시하고 이런 카피를 썼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는 것은 간단하니까요.”

최고의 커피에는 어떤 화려한 장치나 꾸밈도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광고였다. 여러 식음료 광고에서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해 푸드 스타일링을 시도하지만, 커피 맛만 좋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이밖에도 같은 시리즈의 다른 광고물이 있다. “우리는 여러 장식품이 놓인 멋진 스튜디오에 우리 커피를 배치할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모델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스라떼가 드라이아이스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카피를 써서 포장이 아닌 커피 맛 자체를 강조했다.
맥도날드 맥카페의 광고 ‘고양이’ 편과 ‘여성’ 편 (2021)
오랜 역사에 빛나는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였지만 인기를 본격적으로 누리게 된 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의 예술가나 정치인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들이 일찍부터 커피에 매료돼 커피 예찬에 관련된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예컨대, 음악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 커피 칸타타로 불리는 ‘칸타타 BWV211’이란 명곡을 남겼다. 커피 칸타타 중에서 딸이 말하는 대사의 일부를 인용해보면 이렇다.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어요. 내가 원할 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약속하고 내 결혼 생활에서 그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느 구혼자도 내 집에 올 필요가 없어요.”

연인이나 친구와 나누는 커피 한 잔은 행복을 마시는 한 잔이다. 커피 때문에 계획에 없던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던 놀라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프랑스 혁명기의 정치가였던 탈레랑(C. M. Talleyrand)은 커피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악마같이 검으나 천사처럼 순수하며,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 한 마디로 커피란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매력 덩어리란 뜻이다.좋은 사람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 행복이 저절로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행복을 마시는 격이다.

우리 모두는 커피 향을 좋아한다. 그러니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우리는 커피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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