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2.0' 부활 강행…국내 거래소들 "상장 계획 없어"

루나 보유 고객에 신주 배정은 지원…"고객 서비스 차원"
금융당국 "현 상황 주시…거래소들 신중한 대응 기대"
최근 가격 폭락으로 전 세계 코인시장에 충격을 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새 버전의 루나 코인 출시를 강행하려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은 새 코인을 상장해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도 루나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한 만큼 국내 거래소의 신중한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제안한 '테라 2.0' 코인 발행안이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으면서 강행되자 금융당국과 국내 거래소들도 대책 마련에 바빠졌다.

새로운 '테라 2.0' 블록체인이 출범하면 새 루나, 이른바 '루나 2.0' 코인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권 대표가 제시한 재구축안의 핵심은 새로운 가상화폐를 발급해 기존 '루나' 보유자들에게 이를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회의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국내에서의 기존 루나 거래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지난 25일 테라·루나 가상화폐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루나 2.0에 대해서도 이런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루나 보유 고객을 위한 에어드롭(신주 배정)은 지원된다. 에어드롭은 기존 루나 코인 보유자에게 새 루나 2.0 코인을 무료로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루나 2.0과 관련해 에어드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에어드롭을 제공한다고 상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코빗은 '루나 2.0' 상장을 요청받은 바 없으며 고팍스는 상장시킬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도 비공식으로 상장 심사 요청을 받았지만 상장할 분위기가 아니며, 코인원은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것도 없고 상장 논의도 없다고 전했다.

코빗 관계자는 "루나 2.0과 관련해 거래 지원을 검토한 바 없다"면서 "상장 자체도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루나 2.0을 상장해서 얻을 이익이 거의 없으므로 상장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고팍스 관계자도 "루나 2.0과 관련한 상장은 계획에 없다"면서 "에어드롭은 할 예정이지만 상장과는 별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루나 2.0에 대한 에어드롭은 루나가 이미 상장 폐지된 상황이지만 출금을 하지 않은 고객을 위한 지원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국내 5대 거래소는 지난 26일 오후부터 루나 2.0에 대한 에어드롭 지원을 공지했다.

루나의 새로운 체인 명칭은 '루나2(LUNA2)'이며 기존 루나의 명칭은 루나 클래식(LUNC)으로 바뀐다.

국내 5대 거래소의 에어드롭 시기와 지급 방식, 지급 비율은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 사태로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관련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국내 거래소들이 루나 2.0에 대해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최근 루나 사태가 있었던 만큼 루나 2.0의 상장 심사 시 거래소가 신중히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루나에 대한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고 금융당국이 지켜보고 있는데 상장을 허용할 곳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