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식량·에너지 '인질'로 인플레 덮친 전세계와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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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우크라전쟁發 식량·에너지가 상승에 최악 인플레 직면
러, 가스관 차단·곡물수출 봉쇄…푸틴 "협조원하면 제재 해제" 압박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인질' 삼아 전세계를 상대로 장기 대치전을 벌일 태세다. 현재 세계는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식료품·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십 년 만의 물가 급등에 직면했다.
2년여간 이어진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뜩이나 유동성이 과잉된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각국은 금리인상 등 방법을 동원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세가 워낙 전방위적이고, 가팔라 고삐를 채우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러시아는 외부의 이런 애타는 처지를 파고들었다.
자국에 대한 제재 해제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의 2단계 목표로 내세운 돈바스에서의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식량과 에너지에서 우위인 러시아가 국력 손실을 각오하고 장기전을 결심한다면 전세계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러 "제재 풀어야 곡물 수출 가능"…서방도 강경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이런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로 (식량)상황이 더 악화했다면서 서방이 제재를 풀면 러시아는 곡물과 비료 수출을 통해 식량위기 극복에 기꺼이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2천500만t의 곡물이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탓에 식량 위기가 가중된다면서 봉쇄 해제를 촉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오히려 자국에 대한 제재를 무효로 하는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25일 러시아는 곡물을 실은 선박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안전통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관련국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의 수출과 금융거래에 가해진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재를 손보지 않고 식량 문제 해결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에 흑해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대한 식량 공급을 인질로 잡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식량으로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봉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서방은 일단 식량을 내세운 러시아 측의 '협박'에 현재로서는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는 어떠한 제재 해제도, 어떠한 유화정책도 할 수 없다"며 "이는 단지 장기적으로 푸틴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제재 해제를 거부했다.
미 백악관 역시 26일 "우크라이나 곡물 (해상)수출 재개를 위한 대러 제재 완화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제재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러, '에너지 무기화'로 서방 압박…"유럽, 올겨울 가스대란 날 수도"
천연가스 역시 식량과 함께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하는 '무기'다.
과거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 무기화'라는 전술을 써온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등 회원국에 가스 밸브를 잠그며 고전적인 협박 카드를 다시 꺼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산 가스에 40%를 의존했던 EU는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등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하루아침에 러시아 가스를 끊을 수도 없는 처지라 난감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올겨울 강추위가 닥치면 가스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정도로 유럽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일부 유럽 정부에 비상 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개전 초기 지휘체계와 보급선에 결함을 드러내며 고전한 러시아군은 식량과 가스라는 필수재를 무기로 휘두르면서, 새로운 전쟁 목표로 내세운 우크라이나 동부에 화력을 집중하며 3개월이 넘어선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에서는 러시아군의 우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루한스크 지역이 일주일 전 전체의 10%에서 이제는 5%로 줄어들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러, 가스관 차단·곡물수출 봉쇄…푸틴 "협조원하면 제재 해제" 압박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인질' 삼아 전세계를 상대로 장기 대치전을 벌일 태세다. 현재 세계는 선진국과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에 따른 식료품·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십 년 만의 물가 급등에 직면했다.
2년여간 이어진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뜩이나 유동성이 과잉된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각국은 금리인상 등 방법을 동원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선 상황이지만 물가 상승세가 워낙 전방위적이고, 가팔라 고삐를 채우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러시아는 외부의 이런 애타는 처지를 파고들었다.
자국에 대한 제재 해제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의 2단계 목표로 내세운 돈바스에서의 공세를 한층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식량과 에너지에서 우위인 러시아가 국력 손실을 각오하고 장기전을 결심한다면 전세계의 고통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러 "제재 풀어야 곡물 수출 가능"…서방도 강경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의 이런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로 (식량)상황이 더 악화했다면서 서방이 제재를 풀면 러시아는 곡물과 비료 수출을 통해 식량위기 극복에 기꺼이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2천500만t의 곡물이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탓에 식량 위기가 가중된다면서 봉쇄 해제를 촉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오히려 자국에 대한 제재를 무효로 하는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25일 러시아는 곡물을 실은 선박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안전통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관련국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의 수출과 금융거래에 가해진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재를 손보지 않고 식량 문제 해결을 기대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에 흑해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인을 상대로 대한 식량 공급을 인질로 잡은 상태"라고 비판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식량으로 세계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봉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서방은 일단 식량을 내세운 러시아 측의 '협박'에 현재로서는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는 어떠한 제재 해제도, 어떠한 유화정책도 할 수 없다"며 "이는 단지 장기적으로 푸틴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제재 해제를 거부했다.
미 백악관 역시 26일 "우크라이나 곡물 (해상)수출 재개를 위한 대러 제재 완화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제재 해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러, '에너지 무기화'로 서방 압박…"유럽, 올겨울 가스대란 날 수도"
천연가스 역시 식량과 함께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하는 '무기'다.
과거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 무기화'라는 전술을 써온 러시아는 최근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등 회원국에 가스 밸브를 잠그며 고전적인 협박 카드를 다시 꺼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산 가스에 40%를 의존했던 EU는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등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하루아침에 러시아 가스를 끊을 수도 없는 처지라 난감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올겨울 강추위가 닥치면 가스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정도로 유럽이 에너지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일부 유럽 정부에 비상 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개전 초기 지휘체계와 보급선에 결함을 드러내며 고전한 러시아군은 식량과 가스라는 필수재를 무기로 휘두르면서, 새로운 전쟁 목표로 내세운 우크라이나 동부에 화력을 집중하며 3개월이 넘어선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에서는 러시아군의 우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루한스크 지역이 일주일 전 전체의 10%에서 이제는 5%로 줄어들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