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찢은 도서관 책, 직접 붙이거나 몰래 반납하면…" [오세성의 아빠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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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아빠놀자(10)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찢어진 책
임의로 붙여 반납하면 '변상'해야
"수선 가능하면 변상 요구 안 해"
"아이 독서 습관 들이려면 부모도 읽어야"

아이 스스로 그림책을 볼 때 "자전거 탄 사람 어디 있니?", "찍찍대는 쥐는 어디에 있을까?"라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곧잘 지목하기도 합니다. 책 읽는 습관의 첫발은 잘 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한두권 빌리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훼손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책이 쉽게 찢어진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어른처럼 손을 정교하게 다루지도 못합니다. 책 겉표지나 팝업 장치 등을 힘껏 당겨 찢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구입한 책은 아이가 혼자 볼 수 있도록 두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부모와 함께 보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공재라고 생각하니 책을 빌려다 놓고 보면서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만져보는) 책들을 빌리면 분명 훼손이 될텐데. 이렇게 비치해 놓고 빌려주는 게 맞나' 입니다.
최애진 사서는 "수선을 위해 셀로판테이프를 떼는 과정에서 크게 훼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훼손된 그대로 가져오시면 도서관에서 전용 제품을 사용해 책을 수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선이 가능하다면 변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반납하며 손상된 부위를 알려주면 업무가 더 수월하다고 '자진신고'도 권했습니다. 그는 "유아들이 책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도서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성인 도서와 같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훼손된 책을 몰래 반납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받았습니다. 도서관의 어린이가족실 김학자 담당은 "유아 책은 아이들이 당기도록 만든 부분들이 있다. 그런 부분이 쉽게 잘 뜯기는 것도 알고 있다"며 "반납하며 손상됐다고 알려주면 괜찮다고 말한 뒤 넘어갈 수 있지만, 몰래 반납했다 발견된 경우에는 대출 기록을 보고 저희가 연락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 먼저 말씀을 주시지만 드물게 몰래 반납하고 다음 대출받는 분이 발견해 변상을 요구하는 일이 생긴다"고 덧붙였습니다.유아들은 책을 험하게 다루기도 하지만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인데다 영유아들은 백신도 맞지 않으니 아무래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최애진 사서는 "도서관 책은 꼼꼼한 살균 절차를 거친다"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도서관 자체적으로 살균하기도 하지만, 걱정된다면 대출받으면서 개별 살균도 가능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실제 도서관 곳곳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외선 책 살균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책 전용 소독 티슈도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개인 책을 가져와 이용해도 된다는 설명에 아이 책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애진 사서는 아동도서를 담당하며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우선 많은 부모가 자신의 대출증으로도 자녀의 책을 빌린다고 하네요. 그는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려면 부모도 책을 빌려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가족 모두가 책 읽는 환경을 만들면 아이도 자연스레 독서를 즐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준 책은 많지만, 올해 제가 제대로 읽은 책이 있기는 한가 생각하니 문득 부끄러워졌습니다.
최애진 사서는 또 "아이들이 뛰거나 소리 질러 주의를 주면 항의하는 부모들이 간혹 있다"며 "공공시설에서는 함께 조심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