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학생때 고교 수학 공부…선행학습이 '수포자' 만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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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잘하는 아이,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잘 취업하려면 학창 시절에 수학을 잘해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학계열(67.7%), 의약계열(82.1%) 등 이과 전공의 취업률은 평균(65.1%)보다 높았지만, 인문계열(53.5%), 사회계열(60.9%) 등 문과 전공은 눈에 띄게 낮았다. ‘수포자(수학 포기자)’ ‘문송(문과라서 죄송)’이란 말은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수학도 잘하는 아이
오선영 지음
한국경제신문
276쪽│1만6000원
《수학 잘하는 아이, 수학도 잘하는 아이》는 제목처럼 아이가 수학을 잘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20여 년간 중·고등학교와 국제학교 등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수많은 수포자를 구제한 오선영 교사가 썼다.저자는 아이가 수포자가 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중학교 1학년과 3학년을 지목한다. 이유는 이렇다. 초등 수학은 약간의 암기력과 눈치만 있어도 술술 풀린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부터는 초등 수학에서 배운 공식들을 수학적으로 정의하고 차근차근 쌓아올린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성적이 확 떨어지고 수학을 공부할 의욕을 잃는다.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다시 한번 문턱이 크게 높아지는데, 이를 선행 학습하는 시기가 중학교 3학년이다. 대부분 수포자가 이때 생겨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아이에게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독이다. 이해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내용을 주입했다가는 공부할 의욕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초등·중학교 수학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부모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는다.
“중학교까지만 수학 공부를 시킬 게 아니라면 아이가 수학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공부하게 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후행 학습’(복습)과 오답 노트 작성, 자신감을 심어주는 칭찬이 그 핵심이다. 교재를 고르는 법, 수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법 등 구체적인 조언도 제시한다.그렇다면 제목 뒷부분인 ‘수학도 잘하는 아이’는 무슨 뜻일까. 책 후반부에 들어 저자는 수학 학습법에서 전반적인 양육법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아이의 수학 실력을 키우려면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하듯, 아이가 잘살 수 있게 도우려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도록 부모가 자신감과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