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이나 "러시아 영토 정밀 타격 검토"

고성능 장거리 로켓포 추가 배치
젤렌스키 "영토 절대 양보못해"

< 우크라 찾은 핀란드 총리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다. 방탄조끼를 착용한 마린 총리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이르핀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타격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첨단 장거리 로켓포를 지원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며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정밀 타격할 경우 고조될 위험에 대해 논의하는 비공개 회담을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에 공급되는 무기 사용과 관련해 명확한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건네받은 무기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확전 우려를 갖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손을 과도하게 묶어두고 싶진 않다”고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로켓포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CNN은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미국에 다연장로켓포(MLRS)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군사 지원 방안에 MLRS가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돈바스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공세가 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동군 특수부대는 “지난 25일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41개 마을에 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루한스크 지역이 1주일 전 전체의 10%에서 5%로 줄어들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을 위해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넘겨야 한다”고 말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키신저가 과거로부터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키신저의 시간은 2022년이 아니라 1938년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1938년에는 ‘뮌헨 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나치 독일을 저지하기 위해 체코슬로바키아 영토 중 독일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데텐란트를 나치에 양도했다. 하지만 나치는 이듬해 협정을 깨고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명백한 대량학살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