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 놓고 이견 못좁혀

여야, 추경 합의 불발

"15조 증액" vs "여력 없다"
주말에도 협상 계속하기로
27일 여야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은 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양측이 내걸었던 코로나19 손실보상에 대한 소급적용 여부”라고 말했다.박 원내대표는 “당시 양당 후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이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을 통해 법안까지 발의했다”며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르는 추경이므로 코로나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이번에 완전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손실보상과 피해 지원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안에 연매출 10억원 이상 소상공인과 대리기사·법인택시·프리랜서 등에 대한 지원책이 빠져 있다는 점도 증액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가 추경안에 편성한 9조원 규모 국채 상환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7조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서 한국형 뉴딜사업 등 14개 ‘문재인표 예산’ 3486억원을 삭감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 이상 추경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출 구조조정도 안 된다’ ‘국가부채 상환도 안 된다’며 사실상 20조원에 가까운 증액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민주당의 손실보상 소급적용 요구에 대해선 “지난해 7월 소급적용 조항을 제외한 손실보상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며 “민주당 요구에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는 배경엔 양당의 서로 다른 정치적 셈법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을 통해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치르기 전 추경안 처리를 원하고 있다. 가급적 지방선거 전 방역지원금을 지급해 소상공인 표심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민주당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추경안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을 의식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협상에 임해 지방선거 전 추경안 처리를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당초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28일 같은 시간으로 순연됐다. 여야는 6·1 지방선거와 21대 전반기 국회 종료를 두루 감안해 이달 29일 안으로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안을 내놓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시트 작업(계수조정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29일 안으로 추경안을 처리하기엔 빠듯한 상황이다.

오형주/양길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