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동의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법안 하원 통과

일명 '예스만이 예스다(Only yes is yes)' 법안
상원 문턱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시행
피해자의 동의 없는 성관계는 모두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안이 스페인 의회를 통과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모든 비동의 성관계를 강간으로 간주하는 일명 '예스만이 예스다(Only yes is yes)' 법안이 찬성 201표, 반대 140표, 기권 3표로 스페인 하원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가해자가 폭력을 가했는지, 이에 대해 저항했는지 여부를 피해자 본인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해당 법안은 상원 문턱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법안은 2016년 스페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늑대무리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스페인 소몰이 축제인 '산 프레민' 축제 기간에 20대 남성 5명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한 10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가해자들은 '늑대무리'라고 이름 붙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에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페인 법원은 가해자들에 대해 강간보다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죄'만을 인정했다. 피해자가 눈을 감고 있는 등 수동적으로 행동했고, 남성들이 위협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가해자가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을 가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성폭행으로 판결 내릴 수 있도록 한 기존 법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판결이었다.이후 '법이 성범죄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크게 일면서 스페인 전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결국 스페인 대법원은 2019년 최종심에서 기존 판결을 뒤집고 가해자들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15년 형을 확정했다.

이번 법안 하원 통과로 스페인은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유럽 내에서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한 나라는 독일과 벨기에, 덴마크 등 12개국으로, 스페인에서 법안 통과가 확정되면 13개국이 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