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욕하는 연기, 어떤 감정신보다 더 떨렸죠"(종합)

칸영화제 경쟁작 '브로커'서 엄마 역…"'나의 아저씨' 지안과 닮아"
"미혼모 문제 관심 생겨…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생하는 이야기"
"희한하게도 엄마 역할을 꼭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쯤 '브로커'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정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브로커'에서 주연한 이지은(아이유)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브로커'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을 피치 못한 사정으로 교회 베이비 박스 앞에 버린 젊은 엄마 소영을 연기했다. 이지은은 이날 국내 취재진과 한 인터뷰에서도 "다음 작품에는 어떤 역할을 해봐야 할까 고민할 때 엄마 역이면 좋겠다는 생각 문득 들었다"며 "출산이라는 힘들고 대단한 일을 겪어본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영은 보통의 20대 여성들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오며 막다른 길에 내몰린 미혼모 역할인 만큼,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이지은은 "아예 모르는 타입의 인간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 사람이 짊어진 짐과 자기 혐오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엄마 역할, 게다가 미혼모 역할이라 연기로 표현해내는 데 걱정과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미혼모들이 어떤 사회적 시선을 견디면서 아이를 키우는지 인터뷰 같은 걸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미혼모 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던 절 반성하기도 하고 관심도 가지게 됐어요.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이 주연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그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다고 한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지은에 대해 "정답 같은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지은은 "'나의 아저씨'에 함께 출연한 이선균 선배님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다른 테이블에 감독님이 앉아 계셔서 구경한 적이 있다"며 "그로부터 1년 뒤에 작품 제안을 받아 무척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감독님께서 '나의 아저씨'를 너무 좋게 봐주신 것도 있지만, 작품 속 지안과 '브로커' 소영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도 같아요.

둘 다 험난한 과거가 있고 세상에 호의적이지 않고 염세적인 사람이죠."
다만 지안이 세상을 '감내'하는 사람이라면, 소영은 감정을 바로바로 풀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아들을 두고 흥정하는 젊은 부부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험한 욕을 하기도 한다.

이지은은 "감독님이 쓴 각본에는 '구리다' 정도의 욕밖에 없었는데,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독님께 제가 욕을 생각해내도 되겠냐고 여쭤본 뒤 그 부분을 채웠다"며 웃었다.

"소영이 분명히 화가 많이 난 상태일 텐데 그 정도로만 말하고 말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하하. 결국 제가 직접 써서 배우들에게 나눠드렸어요.

그렇게 센 욕들은 처음이기도 해서, 어떤 감정 신보다 더 떨렸고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한두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어요.

"
증학생이던 2008년 가수로 나서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이지은은 2011년 '드림 하이'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최고다 이순신', '프로듀사' 등으로 입지를 다졌고 '호텔 델루나', '나의 아저씨'를 통해 흥행력 있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칸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얼떨떨하고 신기하고 아주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첫 상영회를 연 '브로커'의 감상평을 묻는 말에 "너무 떨려서 '감상'을 하지는 못했다"며 웃었다.

"제가 느끼기에는 가치관이 매우 다른 사람들이 동행하면서 서로 유대감을 갖고 공생하는 과정을 찾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마치 작은 사회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생각이 극과 극으로 달라도 함께 어울려 살고 연대하는 게 바로 인간 아닐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