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독점, 비트코인이 깨뜨린다[한경 코알라]

백훈종의 알쓸₿잡
5월30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5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플랫폼 독점깨는 '팟캐스트 인덱스'
우리나라에선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미국은 팟캐스트 시장이 굉장히 크다.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수는 이미 7000만 명을 돌파했고, 중국은 수억 명에 달한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를 유튜브가 평정한 것처럼, 팟캐스트는 현재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작년 3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발표를 보면, 미국 팟캐스트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시장 점유율은 41.3%이며 애플의 점유율은 23.8%다. 이들은 모두 유료 구독모델을 통해 인기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콘텐츠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있다. 청취자들은 크리에이터가 정한 월 구독료를 내고 광고없이 콘텐츠를 듣거나, 일부 무료로 공개한 콘텐츠만 청취할 수도 있다. 물론 대신 광고도 함께 들어야 한다.

팟캐스트 인덱스는 이들 플랫폼들이 독점하는 콘텐츠 영향력을 가져와 다시 크리에이터와 청취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팟캐스트를 완전히 무료로 공개돼있는 오픈소스 인덱스에 올리면, 이 인덱스와 API로 연동된 팟캐스트 앱들이 자동으로 콘텐츠를 등록해준다. 해당 앱에서 청취자가 팟캐스트를 들으면 청취자에게 분당 요금이 사토시 단위로 과금된다. 이 요금은 팟캐스트가 재생된 앱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뗀 후 그대로 원작자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들어간다.
팟캐스트 인덱스 메인 홈페이지 / 출처: podcastindex.org
팟캐스트 인덱스의 장점은 다양하다. 일단 청취자 입장에선 원하는 팟캐스트를 듣기위해 스포티파이와 애플 등 플랫폼마다 계정을 만들고 구독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는 흥미를 일으키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발견하면 잠깐만 들어보고 싶어도 지루한 광고를 무조건 한번은 봐야하거나 아예 정기 구독을 신청해야 했다. 반면 팟캐스트 인덱스에서는 내가 들은만큼만 사토시(Satoshi)가 자동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만 이끌어내는 ‘어그로'를 끌기보다는 청취자가 더욱 오래 팟캐스트를 재생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팟캐스트 인덱스는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현재 팟캐스트 인덱스 API에 연동돼 오픈소스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들은 약 50여개가 존재한다. 그 중 파운틴(Fountain)이라는 앱에 주목해볼만 하다. 이 앱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비트코인 지갑을 연결해 팟캐스트 재생에 사용할 수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초기 유튜브 광고수익보다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있다.
파운틴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113 달러를 벌었다는 트윗 / 출처: Kevin Rooke 트위터
이 곳에선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의 요금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청취자가 크리에이터에 대한 팬심을 나타낼 수 있도록 자진해서 분당 요금을 설정해 사토시를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팟캐스트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크리에이터는 처음에는 구독자 수도 얼마 없고 광고도 잘 붙지 않으므로 수익 구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파운틴에선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소액 비트코인을 후원하는 방법이 워낙 간단하고 편리하다보니 무료 팟캐스트라 해도 청취자들의 후원이 쌓여 더 빨리 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팟캐스트를 듣는동안 낼 요금을 직접 설정하거나(왼쪽), 일시불로 후원금과 응원 메세지를 전달할수도 있다(오른쪽) / 스핑크스 (Sphinx.chat)
스핑크스는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메신저 앱이다. 기존의 메신저 앱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모든 메세지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오가기 때문에 높은 검열 저항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핑크스 운영진을 포함한 특정 기업이 서버를 운영하며 앱 상에서 오가는 메세지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 앱에서는 누구나 ‘트라이브' 라고 부르는 일종의 프라이빗 그룹을 만들어 멤버를 초대할 수 있다. 트라이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장이 사전에 설정한 입장료를 내야한다. 방에 입장한 후에도 메세지를 보낼 때마다 약간의 수수료를 내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보통 트라이브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비트코인은 1000~2000 사토시(약 400원~800원) 정도다. 메세지를 보낼 때마다 필요한 비트코인은 1~10 사토시(0.4원~0.8원) 정도이다.
스핑크스에 생성되어있는 트라이브 목록들 / 출처: 스핑크스 홈페이지
입장료야 그렇다 쳐도 채팅에 메세지를 보낼 때마다 비용이 붙는다고 생각하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의외로 이 기능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아마 100여명 정도 인원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그룹 단톡방에 있어본 사람은 광고 계정의 무단 도배글 공격을 당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광고계정들은 간단한 코딩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규모를 지닌 단톡방에 자동으로 잠입해 들어가 주기적으로 광고 메세지를 던지게 돼있다.스핑크스에서는 이런 형식의 무단 광고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트라이브마다 정책이 다르긴 하지만 입장료와 메세지 비용을 설정해 놓기 때문에 무작위로 광고를 뿌렸다가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스핑크스에는 이외에도 특별한 기능들이 많다. 우선 채팅창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비트코인을 보낼 수도 있고, 우연히 얻게된 콘서트 티켓을 친구에게 양도하며 실시간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도 있다.
채팅창에서 2500 사토시와 생일축하 메세지를 보내는 모습 / 출처: 스핑크스 홈페이지
자신의 메세지에 가격을 매겨서 내용을 가린 채 올리는 ‘Paid message’라는 기능도 있다. 중요하거나 비밀스러운 정보를 담고있는 메세지는 소정의 비트코인을 전송해야 내용이 공개되는 식이다. 트라이브 안에서 나머지 멤버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실시간으로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원래 트위터나 유튜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이 스핑크스에도 트라이브를 열어 멤버십 대상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채팅창 메세지에 가격을 매겨 요금을 내야만 보이게 하는 기능 / 출처: 스핑크스 홈페이지

회원가입 안해도 되는 '라이트닝 로그인'
웹 3.0에서는 웹사이트에 어떤 방식으로 로그인할까. 일반적인 웹사이트 로그인 방식은 먼저 나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조합하여 계정을 생성한 후, 접속할 때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이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 등 SNS 로그인 기능을 지원한다. 그래서 별도로 해당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기존에 만들어놓은 구글,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의 계정 정보로 로그인을 할 수 있어 편하다.

웹사이트가 사용자들에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용자 개개인의 신원을 알기 위해서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 웹사이트에 접속했으니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웹 2.0의 웹사이트들은 회원가입이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사용자의 현생에서의 신원정보를 빠짐없이 기입하게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내게 한다. 만약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당신이 로그인 후 활동하는 내역들이 빠짐없이 기록된다. 그래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상품이나 콘텐츠를 알고리즘으로 자동 추천해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웹 3.0 세상의 기본 사상은 나의 신원정보를 특정 기업에게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원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인터넷 상에서의 나의 신원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현생에서 홍길동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남들과 내가 구별될 수 있어야 서비스 이용에 혼선이 없을테니 말이다.

현재 암호화폐 업계가 주장하는 웹 3.0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로그인 방식은 바로 ‘메타마스크’ 지갑을 연결하는 것이다. 메타마스크 지갑은 한번 개설하면 오직 사용자 본인만 아는 프라이빗 키와 시드구문이 발급되기 때문에 이 지갑주소 자체가 인터넷 세상에서 나만의 고유한 신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웹 3.0 서비스로 일컬어지는 디파이와 NFT 마켓플레이스에서는 대부분 메타마스크 지갑만 연결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메타마스크 자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 블록체인 지갑이냐는 것이다. 지난 3월 트위터에 갑자기 자신의 메타마스크 지갑에 접속이 안된다는 제보가 폭증한 적이 있었다. 뒤이어 메타마스크 운영사인 콘센시스 (Consensys)는 자사 블로그에 “메타마스크가 법적인 이유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의 접속을 차단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콘센시스는 정확히 어떤 지역이 차단되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당시 트위터에 올라오는 제보들로 미뤄보면 베네수엘라 거주자들의 메타마스크 접속이 차단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콘센시스는 얼마 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로부터 내려온 금융제재안을 적용하기 위해 몇가지 기능을 손보던 중 실수로 필요 이상으로 넓은 범위에 접속 차단이 적용된 것을 알게됐다.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고 알게돼서 다행이다. 잘못된 부분을 파악한 후 바로 조치해 서비스는 다시 복구되었다" 고 밝혔다. 탈중앙 블록체인 지갑이 미국 정부가 내린 조치에 의해, 그리고 특정 기업에 의해 마음대로 차단될 수 있다면 과연 탈중앙화됐다고 부를수 있을까. 메타마스크가 이런 지경이라면 다른 지갑 앱들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구글 계정을 통해 로그인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라이트닝 로그인’은 바로 이런 문제점을 보완했다. 좀 더 완벽한 익명 신원으로 웹 3.0 기반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완전히 탈중앙화된 오픈 네트워크로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나 운영팀이 없다. 때문에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의 비트코인 지갑은 사용자에게 메타마스크보다 더 완벽한 수준의 자기주권을 제공한다. 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의 비트코인 지갑들도 메타마스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고유한 퍼블릭 키와 프라이빗 키를 한 쌍으로 가지고 있다. 라이트닝 로그인은 ‘LNURL-auth’라는 고유의 인증 프로토콜을 통해 사용자가 보유한 지갑을 이용해 여러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라이트닝으로 로그인하기' 버튼을 누르면 (왼쪽), QR 코드가 생성되고 (오른쪽), 스마트폰의 지갑 앱을 열어 해당 QR 코드를 읽으면 웹사이트에 로그인된다. / 출처: 라이트닝 로그인 홈페이지

지금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하는 비트코인 지갑이 설치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지갑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주소발급을 지원한다면 LNURL-auth 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제 '라이트닝으로 로그인' 옵션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비트코인 지갑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QR 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웹사이트에 익명으로 로그인이 된다. 익명이지만 내가 가진 비트코인 지갑의 고유한 퍼블릭 키 주소로 로그인했기 때문에 웹사이트 상에서 확실한 신원도 가질 수 있다.

해당 신원은 동일한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동안 계속 유지되며 얼마든지 반복해서 로그인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웹사이트에서 해당 신원을 중복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도메인마다 고유의 퍼블릭 키가 발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른 웹사이트에 로그인 하면 그곳에서만 쓰는 다른 신원이 발급된다. 하나의 계정으로 모든 웹사이트에 중복으로 로그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웹사이트마다 고유의 계정이 생성돼 각각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로그인된 모습. 빨간색 글씨가 해당 웹사이트에 로그인한 나의 신원을 나타내는 코드이다. / 출처: 라이트닝 로그인 홈페이지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