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L사회공헌재단, 재한 고려인 550명에게 '한민족 여행 테라피'

사할린 한인·북한이탈주민·이주여성 등도 모국 문화 체험
참가자들 "힘든 삶 위로에 감사…한민족 구성원 자부심 생겨"
"선조의 고향인 모국 정착이 만만치 않아 힘들었는데 큰 위안이 됩니다. 잊힌 존재가 아닌가 싶어 소외감도 들었는데 이제는 한민족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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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건너와 경북 경주시에 정착한 정 볼리나(66) 씨는 GKL사회공헌재단이 실시한 '2022 GKL 한민족 여행 테라피'에 참가한 후 "딸, 손녀와 함께 참가했는데 한국의 전통문화도 체험하며 고국의 정취를 흠뻑 맛보았다"고 29일 소감을 말했다.

재단은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고려인이 모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 거주하는 고려인 550여 명을 대상으로 '한민족 여행 테라피' 사업을 시작했다.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으로 지역을 나눠 22회에 걸쳐서 한국 역사·문화 체험 행사를 한다.

1회 행사에 참여한 경주시 거주 24명의 고려인은 28일 경남 합천 해인사 탐방과 대장경 테마파크 방문에 이어 인근 성주군 소재 심원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다.

29일에는 경북 고령군 개실마을과 가얏고 마을에서 전통문화를 배우고 한식 만들기 체험에도 참여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참가한 정 다니엘(8) 군은 "친구들에게 이야기만 들었던 템플스테이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음식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는 체험이 신기했다"며 "이제는 반찬 투정을 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할린 한인 2세인 박 스베틀라나(75) 씨는 "일제강점기 끌려왔던 선친은 사할린에서 눈을 감을 때까지도 고향을 그리워했고 자식들에게 꼭 찾아가 보라고 했다"며 "궁금했던 한국 역사도 배울 수 있어서 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재단은 10월까지 매주 주말에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 테라피를 운영한다. 전통문화를 알리면서 지역관광 활성화도 돕기 위해 마을 체험, 해양 생태 관광, 템플스테이, 역사 유적지 관람 등으로 꾸몄다.

박상준 재단 팀장은 "올해는 사할린 한인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족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이주여성 가족과 북한 이탈주민도 포함했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란했다가 모국으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고려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 테라피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좀 더 다양하게 한국을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해도 생계유지에 급급한 일용 노동자 등이 많아 주말을 활용한 일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재단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려인 등의 만족도가 높아 상설사업으로 확정했다.

규모와 대상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덕형 재단 이사장은 "재외동포들의 가슴 아픈 역사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소속감을 느끼고 한국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출연으로 2014년 설립된 재단은 관광 가치 확장, 관광산업 성장 지원, 사회적 이슈 대응 등 관광 기반의 사회공헌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