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이후를 준비하는 중동

[한경ESG] 칼럼
아부다비행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지난 5월 9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2 월드 유틸리티 콩그레스(World Utilities Congress)’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7개의 제후국으로 이루어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도인 아부다비는 UAE 원유의 95%를 생산하는 까닭에 그동안 개발에는 비교적 느긋했다. 그러나 경쟁자인 두바이가 MICE(전시 컨벤션)와 관광산업으로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자, 허브 공항과 원전을 만들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기로 했다.아부다비는 왜 원전을 건설하려는 걸까. 사막에 건설한 UAE는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폭증한 데다 다른 6개 연방 제후국은 지역이 좁아 원전 건설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을 머물면서 또 다른 답을 얻었다. 언제까지나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없고, 기후변화 대응과 첨단산업 육성도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아부다비의 기온은 5월에 이미 40℃를 오르내리며, 한여름에는 50℃가 훌쩍 넘는다. UAE 사람들은 원유 자원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가장 확실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아부다비에 만든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이는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4기를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라카 지역에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09년 12월 200억 달러에 수주했다. 바라카 원전 4기를 완공하고 나면, 생산되는 전기는 UAE 발전 용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약 22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수출 연관 효과는 7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부다비 국영 에너지 회사(TAQA)가 주관한 월드 유틸리티 콩그레스는 전 세계 약 120개 기업, 1만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원전과 수자원 분야 유틸리티와 기술 트렌드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코트라(KOTRA)와 함께 13개 협력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협력중소기업 10개사의 홍보 부스 운영도 지원해 7000만 달러 규모, 100여 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대표단의 규모가 작은 데다 기간도 짧았지만, 대체로 내실 있는 방문이었다는 의견이었다.며칠 뒤 아부다비에서 편지가 왔다. 이번 행사에 참석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내년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다시 한번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편지에서 콩그레스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묻어났다. 또 사막에 물을 공급하고 탄소배출이 적은 원전을 건설하는 일은 그들에게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엿볼 수 있었다. 편지의 행간에서 그들에게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필요하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원전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며,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택소노미에 근거한 ESG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