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첫 '칸 2관왕'…풍부한 이야기의 힘이 저력

"수난과 싸워온 역사·역동적 사회·디지털 강국이 콘텐츠 원천"
"관객 눈높이 높은 건 당연"…"높아진 위상에 글로벌 협업 더욱 늘어날 것"
한국 영화계가 세계적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2개 경쟁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 주연 배우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앞서 칸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이미 주목받아온 한국의 대표적 영화인들의 성과인 동시에 한국 콘텐츠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이미 오랫동안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아온 한국 영화인들의 실력 또한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국내 영화계의 노력과 성과를 자양분으로 한 측면이 크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영화의 인기 비결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에 주목한다.

그런 힘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역동적인 사회 특성, 디지털 강국이라는 강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일제의 식민 지배와 군사독재, 민주화 투쟁 등 굴곡 많은 한국 사회의 역사는 스토리가 풍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사다난했던 역사가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소재와 주요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얘기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특성이 누구나 손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창작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사회로의 빠른 전환은 콘텐츠 소비자들이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직접 의견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면서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한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 등의 작품 원천이 대부분 웹툰·웹소설 등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을 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스토리텔링이 가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의 이런 문화적 특성으로 콘텐츠 소비자들의 기대 기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관련 업계의 분발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시상식 후 "한국 관객들이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한국 영화의 발전 배경에는 국내 관객들의 높은 눈높이가 있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한국)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성장한 한국영화는 이번 칸영화제에서 2개 부문 동시 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글로벌 수준에 걸맞게 다른 나라와의 협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 출품작만 보더라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중화권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고, '브로커'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인 '브로커'에는 한국 톱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수상작은 한국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편입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제는 우리나라 배우들이 외국 작품에 들어가고, 한국 감독들은 외국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을 연출하는 흐름이 더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