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자 걸음' 美 증시, 커버드콜·고배당 ETF로 넘어볼까

박스권 맞춤 ETF로 수익률 지켜내기

커버드콜 ETF '주목'
콜옵션 매도로 손실↓
변동성 낮고 분배금도
석달간 50억弗 순유입

나스닥100 커버드콜
1년 분배율 16% 달해

고배당 ETF도 대안
아이셰어즈 코어 등
시장 수익률 웃돌아
미국 증시가 ‘갈지(之) 자’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려로 주가가 빠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장세가 지속되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횡보장에 유리한 커버드콜 ETF와 고배당 ETF를 추천했다.

‘박스권’ 예상되면 커버드콜 전략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 커버드콜 ETF인 ‘글로벌XS&P500 커버드콜(XYLD)’과 ‘글로벌X나스닥100 커버드콜(QYLD)’의 최근 12개월 분배율은 각각 10.8%, 16.0%로 나타났다. 분배율은 주식의 배당수익률에 해당한다. 고배당주로 꼽히는 주식들의 연간 배당수익률이 5~6%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두 ETF 모두 월 배당을 하고 있다.

커버드콜 ETF는 증시가 정체돼 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현물 주식과 함께 동일한 주식에 대한 콜옵션(사전 약속한 금액에 살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주식 배당과 콜옵션 프리미엄(옵션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받는 계약금) 수익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주가가 소폭 오르면 주식 상승과 옵션 프리미엄을 둘 다 챙길 수 있다. 주가 하락 시엔 콜옵션 매매로 생기는 프리미엄으로 손실률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YLD, XYLD 외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커버드콜 ETF로는 ‘JP모간 이쿼티 프리미엄인컴(JEPI)’을 들 수 있다. 적극적인 매매를 하는 액티브 ETF의 특징과 월 배당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다. 12개월 분배율은 8.3%다. 고배당주만 노린다면 ‘CBOE 베스트 S&P500 배당귀족 타깃인컴(KNG)’도 고려해볼 만하다. S&P500 종목 중 25년간 배당금이 늘어난 종목만 담았다. 12개월 분배율은 3.8%다.미국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커버드콜 ETF로의 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미국 펀드분석업체 베타파이에 따르면 JEPI는 최근 3개월간 32억9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XYLD, QYLD에는 각각 6억4700만달러, 11억4000만달러가 들어왔다.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서학개미도 커버드콜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는 QYLD를 1860만달러, JEPI ETF를 1514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이 많이 산 종목 17위와 19위를 기록했다.

다만 커버드콜 ETF는 시장이 박스권일 때를 제외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TF를 구성하는 주식이 급등하면 콜옵션 매도에서 손실이 날 수 있다. 이 경우 기초자산인 주식이 오르더라도 수익률 상승폭이 제한된다. 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에도 콜옵션 매도만으로 수익률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버드콜 전략의 초점은 안정적으로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만드는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따라 투자 금액을 조절하면서 주가 하락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시장 이긴 ‘고배당 ETF’ 주목

전문가들은 고배당 ETF 역시 불안정한 증시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올 들어 다수의 고배당 ETF가 S&P500 수익률을 웃돌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고배당 ETF로는 ‘아이셰어즈 코어 고배당(HDV)’이 꼽힌다. 올 들어 7.42% 올랐다. S&P500지수가 이 기간 15.40% 빠진 점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종목들을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HDV 주요 구성 종목은 석유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런, 헬스케어 부문 애브비와 존슨앤드존슨, 필수 소비재 업체 프록터앤드갬블, 담배 업체 필립모리스 등이다‘모닝스타 배당주 리더스인덱스펀드(FDL)’도 올해 수익률이 8.70%로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 FDL 역시 통신주, 석유기업, 헬스케어 등 경기에 둔감한 고배당 종목 위주로 담고 있다. 구성 종목 가운데서는 AT&T가 8.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가 하향 국면에서도 흔들림 없는 배당을 추구한다면 ‘인베스코 S&P500 고배당·저변동성 ETF(SPHD)’를 담아볼 만하다. S&P500 종목 내 1년 배당수익률 상위 75개 종목을 선별한 뒤 변동성이 낮은 50개를 다시 추린 ETF다. 올해 수익률은 4.82%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6~20일간 미국 증시에서 총 226억4000만달러가량이 ETF로 흘러 들어갔는데, 이 중 대형주 ETF에 99억달러, 고배당 ETF에 24억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