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대학생 멘토였던 대학 취업지원팀 직원이낸 '취업 기본서'

[최성욱,이숙은·김세진씨와 공저 '취업의 뼈대'출간]

"취업의 정석같은 취업에 앞서 꼭 읽어야 할 책"
10개직무 현직자 50여명이 자소서~면접 코멘트
자녀 둔 부모,직업상담사,취업컨설턴트 애독서
내년 인문·사회계,자연·이공계 직무 출간 계획
“취업에도 ‘수학의 정석’처럼 취업준비 기간 내내 뼈대를 잡아주는 ‘취업의 정석’같은 책 한 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어요.”
한경 뉴스레터 ‘잡아라’의 필진이기도 한 최성욱 서강대 취업지원팀 차장이 최근 꽤 괜찮은 취업서 한 권을 냈습니다.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다 2014년 모교 취업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수많은 후배들이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또 취업후 퇴사 하는 것을 보면서 최 차장은 “나는 어떤 일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그 일을 위해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마침내 그의 바람대로 지난 4월말 취업개론서 첫 책이 나왔습니다. 취업의 세계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우선은 상경계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올 연말에는 인문·사회계열, 내년에는 자연·이공계열 등 전공별로 잇따라 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대학교수나 민간 취업컨설턴트가 취업서를 낸 경우는 많았지만, 대학 취업지원팀 관계자가 취업서를 낸 것은 처음입니다.

10개 직무와 총 383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최 차장 혼자 쓴 것은 아닙니다. 국내 유명 잡지사 에디터와 편집장을 지냈던 이숙은·김세진씨도 그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함께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이숙은 씨는 “대학생 아들이 꼭 보면 좋을 엄마의 간절함이 담긴 취업가이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잡지 편집장 출신이어서 그런지 목차와 내용 구성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책이 나온지 한달이 된 지난 5월 26일 최성욱 차장을 서강대 취업지원실에서 만났습니다.
▶책이 많이 팔렸다고 들었습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 취업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예상밖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취업의 뼈대’입니다. 왜 하필 뼈대인가요
“단순히 자기소개서·면접 스킬을 가르쳐 주는 책은 아닙니다. 구직자들이 이 책을 기본으로 보고 다른 기술서를 보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썼어요. 고교시절 ‘수학의 정석’처럼 ‘취업의 정석’같은 책 한권이 있었으면 했어요. 취업준비생을 위한 ‘취준 교과서’같은 거요. 책 제목을 처음엔 ‘현직자가 잡아주는 취업의 뼈대’로 잡았죠. 두 개의 시안 ‘잡(JOB)뼈’와 ‘취뼈’로 압축됐어요. 조교와 취준생들에게 물어봤더니 잡뼈는 ‘뼈해장국 느낌 같다’는 반응이 있어서 ‘취뼈’로 확정했습니다.”
▶기업 인사팀 출신으로 ‘대기업 인사부의 취업 뼈대’는 뭔가요
“인사팀은 로열티가 있어야 합니다. 인사는 충성도로 먹고 사는 조직이죠. 코로나로 대퇴사 시대에 채용과 채용후 직원들의 리텐션이 중요해 졌어요.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뼈속까지 로열티가 있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인사 관련 이슈를 파악한 후 자소서·면접에 임할 것을 당부합니다. 최근 네이버는 노조이슈, LG전자는 하청도급 이슈 등이 언론에 자주 나오는데 이에 대해 본인의 시각을 정리해 놔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고민을 한 사람과 안한 사람은 차이가 납니다. 기업 인사팀은 준비된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죠.”

최 차장은 자칭 ‘인싸 부부’다. 서강대 영문학과 98학번인 그는 대학 졸업후 SK텔레텍에 입사했다. 기업 인사팀에서 부족함을 느껴 일반대학원 경영학과(인사전략)를 공부 하던 중 아내를 만났다. 현재 스타트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네이버 블로그 ‘인싸부부의 진로취업 이야기’를 운영중이다. 이 블로그에는 한경 잡아라 뉴스레터 기고문 뿐아니라 ‘SK자소서 특별한 문항’ ‘공기업 필기 준비 전략’ 등의 꿀팁이 올려져 있다.

▶대기업 관두고 교직원으로 온 이유는 뭔가요
“대학시절 조교를 1학년때부터 했어요. 알바를 항상했죠. 졸업때까지 빈 강의 시간에 근로 조교를 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한 근무한 곳은 취업과였어요. 그때 교직원도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저는 모교인 서강대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기에 ‘내 인생의 전부가 서강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원 3학기까지 다녔지만, 교직원 합격 후 아쉬움 없이 자퇴할 수 있었던 거죠.”
▶취업팀에서 취준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뭔가요
“하루에 전화상담까지 하면 7~8명을 만납니다. 물론 카톡방으로도 계속 만나요. 2005년 SK텔레텍 인사팀에 있을 때 취업특강을 했어요. 그때는 취업의 기술을 이야기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나’를 강조합니다. 취업의 시작은 ‘나를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죠. 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가장 적합한 직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이해’가 정립됐다면, 자소서와 면접때 활용할 ‘투두(to-do)리스트’를 정리하고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취업이 급한 구직자들은 ‘나’보다는 ‘어떻게 합격’에 더 관심이 클 것 같아요
“맞습니다. 취준생들의 주된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합격하나’ 입니다. 하지만, 취업은 합격이 끝이 아니에요. 취업은 시작일 뿐입니다. 입사후엔 회사에서 일을 잘해야 해요. 그렇기에 이력서를 쓰기 전 내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저학년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상담중 후배 한명이 ‘한국은행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왜 한국은행인지’ ‘한은 연구원의 성향이 자신과 맞는지’ 등을 먼저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죠.”
취업서 '취업의 뼈대'공저자인 이숙은, 김세진씨.
‘취업의 뼈대’는 원고지 1200장 분량으로 방대하다. 잡지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이숙은 이씨책방 대표와 김세진씨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책 출간의 시작은 이숙은씨의 제안이었다. 최 차장은 “‘아들이 온라인에 있는 취업정보만 반복해서 보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 씨의 진정성 있는 말을 거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회의는 줌을 통해 했다. 이 책 10개 챕터 가운데 최 차장은 인사·SCM·컨설팅·공공기관 파트를, 이숙은 대표는 은행권 행원·증권사IB·보험회사·제2금융권·재무회계 분야를 맡았다. 마케터 출신인 김세진 씨는 마케팅 분야를 집필했다.

▶합격 자소서와 직무 이야기 들려준 현직자는 어떻게 섭외했나요
“자소서는 취업 커뮤니티, 취업 블로그 등 상세하게 쓴 사람에게 메일을 일일이 보냈습니다. 반응이 있는 분에게는 고료도 드렸죠. 주변 지인, 회사 후배 소개도 받았어요. 그렇게 섭외한 현직자만 모두 20명이 넘습니다. 물론 그들의 자소서가 정답이 아닐수 있어서 잘못된 정보는 자소서를 재구성 수정하기도 했어요. 물론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팩트확인도 했었죠.”
▶출간 후 혹시 빠진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10개 직무를 하다보니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인문계 출신 후배들은 ‘해외영업’에 대한 내용은 왜 빠졌냐고 문의를 하기도 했어요. 해외영업 직무는 2권에 준비중입니다. 취업 정보를 다루는 책이다보니 시간이 흐르면 과거 데이터가 됩니다.개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합격 현직자 사례를 더 발굴해야 되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도 있고요.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2권에서는 보강할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2권에 대한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ㅎㅎ)”
▶이 책을 100% 활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나요
“이 책의 독자층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저학년+고학년이 메인 타깃이었죠. 저학년은 책 뒷부분의 진로 설정법부터 시작해서 각 직무별로 천천히 읽으면 직무를 파악할 수 있어요. 고학년은 본인의 타깃직무가 결정되어 있기에 그 해당직무를 꼼꼼히 보면 좋습니다. 그 해당직무의 키워드를 자소서, 면접때 활용하면 됩니다. 자소서,면접 가이드는 해당 직무뿐아니라 모든 직무 지원자들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생각도 못했는데 독자층이 확대됐어요. ‘자녀가 문과성향이어서 취업난을 고민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보셔요. 직업상담사, 취업 컨설턴트들도 많이 구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수시채용시대 달라진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는 뭔가요
“수시채용시대는 완전 직무중심 채용입니다. 채용공고가 디테일해졌어요. 기업들이 직무기술서를 책으로 낼 정도입니다. 과거 공채시대처럼 육성이 아닌 직무별로 필요한 사람을 적시에 뽑아서 쓰겠다는 겁니다. 현장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을 기업들이 원하고 있어요. 때문에 자소서도 해당 직무 현직자가 검토하고,직무면접도 강화하고 있어요.
조기에 직무에 관해 바로 적응하고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직무에 대한 환상도 깨야하고 자신이 그 직무를 잘할 수 있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네임밸류가 높은 기업은 지원자가 수시채용에도 많지만, 채용브랜드가 약한 회사는 고전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소비재, 스타트업 회사들은 페북·인스타그램·링크드인까지 채용 채널을 다양화 하고 있지만 적합한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중고신입이 더 유리해진 채용시장이 된 것이죠. 그렇기에 일단 직장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 차장은 인터뷰가 있었던 5월 넷째주 월~목요일 밤9시 퇴근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특강은 ‘취업데이터 기반 진로특강’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진로설정·취업부서 활용법’ ‘현직선배와 토크’ 등 4~5개다. 그는 밤늦게 퇴근해도 하나도 피곤치 않다고 했다. 최 차장은 “내 인생의 전부인 서강대 후배들이 정말 자신의 일을 잘 찾는데 작은 밀알 역할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떤 카톡 사진에는 ‘최성욱 쌤, 순도 100%’란 문구가 써 있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