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이 '주인을 문 개'인가 [여기는 논설실]
입력
수정
작년까지만 해도 박지현이란 20대 여성 정치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박지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처음 이름을 알리더니, 불과 넉 달만에 '박지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금새 유명해졌다. 한국 정치사에 그만한 속도로 인지도를 높인 전례가 없을 정도다.
박지현이 주목받은 이유는 26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높은 직위(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원리와 같다. 더불어민주당이란 반지성·비상식적 집단에 맞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지도가 높아진 케이스다. 박지현은 대학생 시절 선배와 함께 '불꽃추적단'을 결성, n번방 성착취 문제를 파헤쳐 공론화시킨 열혈 청년이다. 권인숙 의원 권유로 지난 1월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대선 직후 꾸려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등장하기전까지만 해도 속칭 '듣보잡' 중 하나였다.
'얼굴마담' 정도로 여겨졌던 박지현이 자신이 '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여권 인사들이 조문한 것을 공개 비판하면서부터다. 그는 "조문간 걸 보고 이 아저씨들 진짜 왜 이러나.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났다"고 했다. '끼리끼리'와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민주당에서 좀처럼 들어볼 수 없는 옳은 비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지현의 돌직구는 민주당내에서 용납불가한, 지속 불가한 일회성 결기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박지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6·1 지방 선거에 송영길이 공천됐을때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때도 그는 주류인 586그룹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팽팽하던 주류와의 긴장 관계가 폭발한 게 지난 24일 '586 용퇴론'을 꺼내면서다. 그는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586그룹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내가 책임지도 민주당을 바꾸겠다. 한번만 민주당에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최강욱 성비위 사건 조기처벌과 586그룹 용퇴 등을 주장했다. 586그룹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윤석열 최재형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식의 히스테릭한 공세가 이어졌다. 박지현에게 "내부 총질만 한다"며 물러나라며 문자 폭탄과 비판이 쏟아졌고,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인 윤호중은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디서 감히'라고 했을 것이다. 박지현이 "이럴거면 나를 왜 이 자리에 앉혔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을 보면 그렇다. 이는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원전감사를 강행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원욱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과 정권의 주인인 586그룹에게 일개 하수인들이 무슨 배은망덕한 짓이냐'는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박지현이 강공과 물러서기를 번복하며 주말새 갈등은 잠시 봉합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치인 박지현의 미래는 한 치앞을 보기 힘들게 됐다.
그의 미래는 두 갈래다. 민주당에 남아서 욕받이 노릇을 하다 조용히 사라지든지, 탈당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그는 당 지도부로 책임론에 밀려 '팽'당할게 뻔하다.수많은 2030 선배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 쓴 나무젓가락처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시나리오다. 후자는 윤석열이나 최재형의 길이다. 반(反)586 진영에서 나름의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윤석열은 여론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고,최재형은 국회의원 뱃지를 받았다. 박지현도 이번 일로 뼈저리게 알게 됐을 것이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 오기는 구제불능 수준이라는 것을. 그의 말대로 586은 역사의 소명을 다한 지 오래다. 침몰하는 민주당호에서 텃새를 부리느라 배가 기우는지,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뿐이다. 586그룹은 어느새 그들이 그렇게 미워했던,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기득권 세력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본인들만 자신들의 정체를 모른다. 아직도 스스로를 진보 세력이라 부르며 그들에게 덤비면 토착 왜구요, 적폐요, 배신자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민심은 이미 선거를 통해 그런 586그룹에 퇴장을 명령했다.
박지현이 새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이재명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재명의 정치는 586그룹보다 더 위험하다. 비상식과 궤변, 무리한 실험과 불법, 혼자살기 위한 정치로 가득하다. 박지현이 구구절절 옳은 소리로 당내에서 코너에 몰렸을때 이재명은 외면했다.이재명은 또 대의 명분도 없는 '방탄 출마'를 했고, 여론이 심상찮게 되자 이번엔 혼자 살겠다며 서울과 제주 후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꺼내들었다.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등 이재명이라는 이름 뒤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의혹들이 차고 넘친다.
박지현은 아직 젊고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다. 기회는 있다. 스스로 옳은 길을 택하길 바란다.
박수진 논설위원
박지현이 주목받은 이유는 26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높은 직위(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원리와 같다. 더불어민주당이란 반지성·비상식적 집단에 맞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지도가 높아진 케이스다. 박지현은 대학생 시절 선배와 함께 '불꽃추적단'을 결성, n번방 성착취 문제를 파헤쳐 공론화시킨 열혈 청년이다. 권인숙 의원 권유로 지난 1월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대선 직후 꾸려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등장하기전까지만 해도 속칭 '듣보잡' 중 하나였다.
'얼굴마담' 정도로 여겨졌던 박지현이 자신이 '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여권 인사들이 조문한 것을 공개 비판하면서부터다. 그는 "조문간 걸 보고 이 아저씨들 진짜 왜 이러나.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났다"고 했다. '끼리끼리'와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민주당에서 좀처럼 들어볼 수 없는 옳은 비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지현의 돌직구는 민주당내에서 용납불가한, 지속 불가한 일회성 결기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박지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6·1 지방 선거에 송영길이 공천됐을때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때도 그는 주류인 586그룹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팽팽하던 주류와의 긴장 관계가 폭발한 게 지난 24일 '586 용퇴론'을 꺼내면서다. 그는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586그룹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내가 책임지도 민주당을 바꾸겠다. 한번만 민주당에 더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최강욱 성비위 사건 조기처벌과 586그룹 용퇴 등을 주장했다. 586그룹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윤석열 최재형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식의 히스테릭한 공세가 이어졌다. 박지현에게 "내부 총질만 한다"며 물러나라며 문자 폭탄과 비판이 쏟아졌고,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인 윤호중은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디서 감히'라고 했을 것이다. 박지현이 "이럴거면 나를 왜 이 자리에 앉혔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을 보면 그렇다. 이는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원전감사를 강행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원욱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과 정권의 주인인 586그룹에게 일개 하수인들이 무슨 배은망덕한 짓이냐'는 목소리에 다름 아니다.
박지현이 강공과 물러서기를 번복하며 주말새 갈등은 잠시 봉합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치인 박지현의 미래는 한 치앞을 보기 힘들게 됐다.
그의 미래는 두 갈래다. 민주당에 남아서 욕받이 노릇을 하다 조용히 사라지든지, 탈당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그는 당 지도부로 책임론에 밀려 '팽'당할게 뻔하다.수많은 2030 선배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 쓴 나무젓가락처럼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시나리오다. 후자는 윤석열이나 최재형의 길이다. 반(反)586 진영에서 나름의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윤석열은 여론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고,최재형은 국회의원 뱃지를 받았다. 박지현도 이번 일로 뼈저리게 알게 됐을 것이다.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 오기는 구제불능 수준이라는 것을. 그의 말대로 586은 역사의 소명을 다한 지 오래다. 침몰하는 민주당호에서 텃새를 부리느라 배가 기우는지,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뿐이다. 586그룹은 어느새 그들이 그렇게 미워했던,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수구·기득권 세력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본인들만 자신들의 정체를 모른다. 아직도 스스로를 진보 세력이라 부르며 그들에게 덤비면 토착 왜구요, 적폐요, 배신자로 낙인찍고 공격하는 '괴물'이 돼 버린 것이다. 민심은 이미 선거를 통해 그런 586그룹에 퇴장을 명령했다.
박지현이 새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이재명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재명의 정치는 586그룹보다 더 위험하다. 비상식과 궤변, 무리한 실험과 불법, 혼자살기 위한 정치로 가득하다. 박지현이 구구절절 옳은 소리로 당내에서 코너에 몰렸을때 이재명은 외면했다.이재명은 또 대의 명분도 없는 '방탄 출마'를 했고, 여론이 심상찮게 되자 이번엔 혼자 살겠다며 서울과 제주 후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꺼내들었다. 대장동과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등 이재명이라는 이름 뒤에는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의혹들이 차고 넘친다.
박지현은 아직 젊고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다. 기회는 있다. 스스로 옳은 길을 택하길 바란다.
박수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