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품질 보증제' 통했다…'매출 1000억 클럽' 가입 예약

구매 후 3주 이내 환불·교환
지난해 2월 파격 승부수 던져

업계 "무모한 도전" 우려했지만
작년 매출 615억으로 2배 급증
올 상반기 벌써 600억어치 팔아
야마하골프 국내 공식 수입원인 오리엔트골프는 지난해 2월 ‘품질 보증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구매 후 3주 이내 환불·교환을 해주기로 한 것. ‘제품에 자신이 있으니 일단 써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한 것인데, 이게 통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올해 상반기엔 벌써 작년만큼 팔았다. 회사는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 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30일 오리엔트골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600억원(6월 출고 예약 매출 포함)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615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오리엔트골프 관계자는 “제품 수급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1000억원 돌파는 물론 지난해 매출 대비 200% 성장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골프 산업이 전반적으로 커진 것을 감안해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요 브랜드 중 지난해 매출 증가세가 70%에 육박하는 건 야마하골프가 유일하다. 2위 캘러웨이골프가 지난해 13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20년(864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오리엔트골프가 품질 보증제를 도입하자 업계에선 ‘무모한 도전’이란 평가가 많았다. 다른 용품사들이 비슷한 형식으로 보증제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드라이버 같은 일부 품목에 한정됐고, 이마저도 이벤트성이었다. 골프용품업계 관계자는 “골프 클럽은 자동차처럼 한 번 사용하면 감가가 심한 제품”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잔디만 묻혀도 20% 이상 가치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리엔트골프가 구매일로부터 3주 이내에 품질 보증서를 갖고 온 모든 고객에게 환불·교환을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비대면 구매가 늘어난 ‘언택트 시대’와 맞아떨어지면서 이런 전략이 빛을 발했다. 시타 없이 구매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던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오리엔트골프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클럽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써보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게 핵심이었다”며 “직접 만져보고 사용한 뒤 소비를 결정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오리엔트골프가 자신한 대로 회사로 돌아오는 클럽 수는 적었다. 지난해 전국 대리점에 접수된 교환은 438건. 환불도 285건에 그쳤다. 지난해 약 10만 자루의 야마하골프 클럽이 판매된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했다는 얘기다. 품질 보증제 아이디어를 직접 낸 이갑종 오리엔트골프 회장은 “손해가 생기더라도 우리가 모두 떠안겠다는 각오였다”고 말했다. 그는 “야마하 클럽의 직진도(관용성) 수치는 5760으로 시중에 나온 그 어떤 브랜드보다 높다. 야마하골프 기술력은 이미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제품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품의 대중화’를 선언한 오리엔트골프는 앞으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겠다는 각오다. 오리엔트골프 관계자는 “앞으로도 품질 보증제를 이어갈 것”이라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부담 없이 찾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