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첨병' KOTRA 해외무역관…中企 위해 현지 주재원처럼 뛴다

83개국 128개 무역관 '활약'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엔씽이 수출한 모듈형 수직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KOTRA 제공
2014년 설립된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보유한 스마트팜 전문기업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1년 365일 동일한 기후조건에서 채소·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모듈형 수직농장의 중동 수출 계획을 세웠다. 열악한 재배환경 탓에 신선과일과 채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엔씽이 아랍에미리트(UAE) 진출 준비를 구체화하던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바이어 면담과 현지 출장이 무산되면서 사업에 큰 위기가 닥쳤다. 이때 KOTRA 두바이무역관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두바이무역관은 파트너 발굴부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 및 유통망 구축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했다. 엔씽의 해외지사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엔씽은 올 연말까지 아부다비에 100개 동(100억원 상당)의 수직농장을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KOTRA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해외 마케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통상 KOTRA의 기업 마케팅 지원은 통상 전시회 참가, 무역사절단 파견, 바이어 초청 상담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이 막히고, 국제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수출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KOTRA의 비대면 해외 마케팅은 △임시 해외지사 역할 대행 △화상상담 △글로벌 웨비나 △온라인 전시관 △온라인 플랫폼 입점 등으로 구분된다. 비대면 해외 마케팅 중에서도 핵심은 임시 해외지사 역할 대행이다. 해외 출장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을 대신해 KOTRA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수출기업의 주재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이달 기준 KOTRA 해외무역관은 83개국 128곳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느 곳에나 해외무역관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지원만으로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KOTRA 설명이다. 현지 투자자와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혁신 기술을 홍보하고, 화상상담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대면 접촉이 필요했다. KOTRA는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국내 기업을 대신해 직접 현지 투자자 및 바이어와 만나 신뢰를 심어준 결과 다수의 수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정열 KOTRA 사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수출기업을 위한 KOTRA 해외무역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며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해외무역관이 앞장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