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친환경 미래도시로 재건축하려면?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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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그간 1기 신도시의 발목을 잡던 용적률 한계와 안전진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마스터플랜 마련에 나선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도 재건축 방향 등을 두고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지자체의 관련 회의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단순한 아파트 재건축이나 신도시 조성과 다른 문제라는 점이 언급됐습니다. 정부가 계획하고 토지 보상을 한 뒤 판매했던 기존 신도시 조성과 달리, 1기 신도시 토지의 주인은 재건축 단지의 주민이고 재건축을 준비하는 조직은 조합이 될 것입니다. 주민과 조합을 중심으로 시공사와 신탁회사 등이 참여해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그러다 보니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비용도 주민들이 분담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신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를 판 수익금으로 기반 시설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익자 원칙에 따라 각 조합이 용적률 상향에 맞춰 기반 시설 비용을 내는 것이죠.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참고해 도로, 상하수도, 전기 등의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기반 시설은 2030년 이후 미래형 도시에 걸맞도록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도로입니다. 상하수도나 전기, 통신 등의 기반 시설은 지하에 통합 관로를 대형화하면 해결되지만, 도로는 확장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이미 수도권 광역 급행열차(GTX)나 지하철 노선 확장 계획은 대부분 확정돼 변경 가능성도 작습니다. 도심항공교통(UAM)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할 방법으로 UAM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기체 개발을 서두르고 있기에 2030년 이후에는 대중교통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기 신도시도 UAM 스테이션이나 고층 아파트 옥상을 활용한 UAM 버티포트가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또한 이번에 재건축을 하게 되면 100년 이상 가는 1급 장수명 아파트이자 친환경 아파트로 만들어야 합니다. 30~40년 뒤에 다시 허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벽식 구조를 탈피해 라멘구조를 활용해야 합니다. 국토부 연구에 따르면 라멘구조의 1급 장수명 아파트는 벽식구조 아파트에 비해 건설 폐기물이 85% 줄어듭니다. 향후 리모델링이 쉽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라멘 구조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위·아래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지 않고, 층과 층 사이에서 무게를 떠받치는 보가 완충 역할을 해 층간소음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등의 도시와 같이 주거용 건물이 멋진 외형을 갖추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단점은 비용입니다. 벽식 구조 아파트에 비해 공사비가 3~6% 더 들어갑니다. 다만 벽식구조 아파트가 40년마다 재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라멘 구조 아파트는 100년 동안 생애주기비용이 11~18% 절약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온실가스배출은 17% 줄고, 건설폐기물은 약 85%나 절감할 수 있습니다.미래형 도시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구조도 갖춰야 합니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공사비가 약간 증가하더라도 모든 조합이 다양하고 멋진 디자인의 주거단지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참고할만한 현장도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주에 조성되는 미래 신도시 '포레스트 시티'입니다. 말라카해협 약 600만 평(1983만4710㎡)을 매립해 건설하는 곳인데, 첨단 기술과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건설 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축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든 한국 업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치게 한다면 1기 신도시도 성냥갑 아파트만 보인 도시가 아닌, 멋진 미래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선물로 남겨줄 신도시가 탄생할 것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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