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자잿값에…관급공사 납품단가 인상·분양가상한제 개선

원희룡 국토장관,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회의' 주재
정부가 관급 공사의 납품단가를 인상하고 자재 가격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기에 반영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최근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발주자와 시공자의 갈등이 커지면서 일부 현장이 멈춰서는 등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0일 세종시 6-3생활권 M2 블록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건설자재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고 건설 현장의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건설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점검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산하기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주택 관련 협회 등의 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냈다. 원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최근 건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핵심 국정과제인 '250만호+α' 주택공급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자재비 상승분의 공사비 적기 반영, 관급자재의 원활한 공급, 건설자재 생산·유통정보망 구축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원·하도급사 모두 상생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영세한 하도급사에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발주자와 원도급사가 공사비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이날 회의에서 공공공사, 민간공사, 민간 주택공사, 기술개발 지원 등 4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먼저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조달청이 자재별 가격 인상 요인을 납품 단가에 신속히 반영해 관급자재가 적시에 납품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공공공사의 물가 반영이 전반적으로 원활한 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해 '단품 슬라이딩' 등 현행 공사비 조정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단품 슬라이딩이란 특정 자재의 가격변동률이 15% 이상인 경우 해당 자재의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을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제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하고 있는데, 특정 자재의 가격변동률이 15%를 넘는 경우에는 3개월 단위로 이를 재조정할 수 있다.

국토부는 3월 기본형 건축비 고시 이후에도 레미콘 등 주요 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자 6월 기본형 건축비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공사에서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현장에 대해서도 공사비 증액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건설업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표준계약서에는 물가 변동 시 공사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들어있지만, 업체 간 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없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를 쓴 뒤 자잿값이 올라도 공사비 인상이 쉽지 않아 분쟁의 원인이 되곤 했다.

국토부는 또 정비사업의 경우 착공 이후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와 함께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택 공사에서는 아직 분양이 시작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비에 제때 반영하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 예정인 분양가상한제 개선 방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분양이 완료된 사업장에서 총공사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원도급사가 부담하도록 계약을 변경하는 경우 원도급사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수수료의 50%를 돌려주고, 주택도시기금 대출금리를 4.6%에서 3.6%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저비용·고효율 대체 자재를 발굴하고, 신공법을 개발하는 등 공사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정부도 업계의 노력에 발맞춰 혁신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늘리고, 업계와 함께 5년 단위의 스마트 건설자재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