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남긴 70억, 딸 상속세 엄마가 내줘도 될까 [정인국의 상속대전]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남편 사망 후, 자녀들의 세금부담 걱정
상속세 대신 내주려는 어머니

"자녀 상속세 부담 없애고 증여 효과까지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화목한 씨는 아내 맹모희 씨와의 사이에 아들 하나 씨와 딸 둘희 씨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챙기고 아껴주는 화기애애한 가족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얼마 전 화목한 씨가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7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은 법정상속비율로 아내와 자녀들에게 상속됐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맹모희 씨가 30억 원, 자녀 하나 씨와 둘희 씨는 각각 20억 원씩입니다.

세무사와 상담해보니 상속세는 총 14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맹모희 씨는 이미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많아요. 그래서 자녀들이 분담할 상속세를 자기가 대신 내주고 싶어합니다. 자녀들에게 이런 뜻을 알렸더니 자녀들은 어머니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치는군요. 게다가 자식이 내야 할 부분의 상속세를 어머니가 대신 내주면 어차피 증여로 평가돼 또다시 증여세가 부과되니 실익도 없다고 합니다. 그냥 상속받은 비율대로 상속세도 분담해서 내자고 합니다. 과연 자식들을 도울 수 없는 건가요?
[그림 - 이영욱]

상속세의 연대납세의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납부할 상속세는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이렇게 계산된 상속세에 대해서 상속인 각자는 재산분배비율에 따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화목한 씨의 재산 70억원은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됐습니다. 상속비율은 맹모희 씨가 1.5이고, 자녀들은 각 1이 됩니다. 상속받은 비율대로 납부하면 상속세 14억원에 대해서 맹모희 씨가 6억원, 자녀들이 각각 4억원씩 납부해야 합니다.

한편 상속인들은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해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상속인 중 일부가 분담해야 할 상속세를 내지 않을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말입니다.

맹모희 씨는 30억원, 자녀 하나 씨와 둘희 씨는 각자 20억원을 상속받았지요. 맹모희 씨의 상속세 분담분은 6억원이니,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 30억원에서 상속세 분담분 6억원을 뺀 24억원 범위 내에서 연대책임을 진다는 겁니다. 물론 자녀들이 상속세를 내지 않을 경우에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3조의2(상속세 납부의무) ① 상속인(특별연고자 중 영리법인은 제외한다) 또는 수유자(영리법인은 제외한다)는 상속재산(제13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가산하는 증여재산 중 상속인이나 수유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포함한다)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할 의무가 있다.

(중략)

③ 제1항에 따른 상속세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30억원을 상속받은 맹모희 씨가 상속세 14억원 전액을 납부해도 됩니다. 상속인들은 모두 상속세의 연대납세의무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맹모희 씨가 상속세를 전액 납부한다면, 자녀인 하나 씨와 둘희 씨의 상속세 부담은 완전히 사라지네요. 맹모희 씨가 자녀들의 상속세 분담분을 현금으로 증여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다시 증여세가 부과되지도 않아요. 맹모희 씨의 연대납세의무 범위 내이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망인의 배우자가 상속세를 단독으로 납부하면, 자녀의 상속세 부담을 없애면서 증여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배우자가 상속세를 전부 납부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습니다.

1. 행여나 새로운 증여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받은 상속재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상속세로 납부한다면 그 부분은 증여가 되어 별도로 과세됩니다. 이 사건에서 화목한 씨가 자녀인 하나 씨와 둘희 씨에게 재산 대부분을 상속하고, 배우자인 맹모희 씨에게는 10억원만 상속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이 10억원인데, 상속세 14억 전부를 납부한다면 10억원을 초과한 나머지 4억 부분에 대해서는 맹모희 씨가 자녀들에게 증여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4억원에 대한 증여세가 과세됩니다.

2. 상속세 납부 이후에도 배우자에게 경제적 기반이 남아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맹모희 씨는 상속받은 재산이 30억 원인데, 상속세 14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면 남아있는 재산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남아있는 재산이 거주 중인 주택 등으로 현금화가 어렵고, 자녀들이 어머니를 나몰라라 하는 경우라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요.

맹모희 씨는 이미 자신이 보유한 재산이 많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들의 요구에 따라 어머니가 자녀들의 상속세 분담부분까지 대신 내주었다가, 말년에 경제적 곤궁에 시달릴 수도 있는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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