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비군 최초 VR 훈련' 서초 과학화 훈련장 가보니

2년 만에 돌아온 예비군, VR로 전술훈련

서초 훈련장은 한남대교, 서초역 등 5개 가상공간에서 훈련 진행
서울 한남대교 전투가 가상현실(VR) 공간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세영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무장한 미상 인원이 침투해 전투가 벌어졌다. 기자도 방탄모를 쓰고 총을 집어든 채 전투에 참여했다. 5분 가량 엄폐와 사격을 반복하며 정신없이 무장원들과 싸우다보니 어느새 상황은 종료됐다.

실제가 아닌 서초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내 가상현실(VR) 영상 모의 사격장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오는 2일부터 예비군 소집훈련이 2년 만에 재개되는 가운데, 국방부는 지난 30일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서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예비군 대상 VR훈련을 비롯한 여러 훈련을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예비군 훈련 첨단화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상현실(VR) 공간 속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을 배경으로 전투가 펼쳐지고 있다. 최세영 기자.
국내 최초 시행을 앞둔 VR 예비군 훈련은 실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작전환경을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이뤄졌다. 서초 예비군 훈련장에선 경우 한남대교, 서초역, 코엑스, 우면산, KT구로지사 등의 가상공간에서 훈련이 이뤄진다. 작전환경은 3면 멀티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제공됐으며, 참가자들은 분대원들과 함께 화면 속 무장 인원들을 사살했다.
방탄모 위에 훈련자의 위치정보를 인식하는 센서가 장착돼있다. 가상현실(VR) 훈련장 천장에 설치된 모션 감지 카메라가 해당 센서를 인식한다. 최세영 기자.
천장에 있는 모션 감지 카메라가 방탄모에 설치된 센서의 움직임을 파악해 머리 움직임에 따라 화면을 보여줬다. 총기는 K2소총이며 무게는 실제와 비슷했다. 사격 때 총기 개머리판 부근에 설치된 공압충전 카트리지가 실사격과 비슷한 수준의 반동을 발생시켜 현장감을 더했다. 다만 화면 속 무장 인원들의 움직임이 단순해 실제 사람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었다.
시가지 전투 훈련에서 황군(사진)이 청군을 향해 조준사격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초 과학화 예비군훈련장 내 시가지 전투 훈련장. 실제 거리처럼 차량과 건물이 놓여있다. 최세영 기자.
국방부는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시가지 전투 훈련도 시연했다. 마일즈 장비란 실탄 대신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상대편을 명중시키면 강한 빛과 경보음이 울려 살상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장치다.

시가지 전투 훈련장은 서울 강남구 광평로 39길을 모델로 제작한 세트장이다. 시범 장병과 기자들은 황팀과 청팀으로 나눠 전투를 벌였다. 건물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박스, 상가 간판, 실제 차량 등은 현장감을 더했으나, 총기의 반동이 전혀 없어 실사격과는 달랐다. 총기 모델도 국군 주력 소총 K2가 아닌 구형 모델인 M16 소총이었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이 중단된 2년 동안 전국 16개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을 구축했다. 오는 2일부터 전국 지역예비군훈련 대상자의 약 40%, 수도권 지역예비군훈련 대상자의 약 82%가 과학화 훈련장에서 교육을 받는다. 2024년까지 총 40개의 과학화 예비군훈련장이 완성되면 전국 지역 예비군훈련 대상자의 100%가 과학화 훈련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서초과학화훈련대장 윤광우 중령은 “복무기간이 단축되고 현역 인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비전력의 전투력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국방부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예비군 전력 강화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헤드셋 ‘홀로렌즈2’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AR) 체계를 개발 중이다.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군도 VR기술을 전차 훈련, 특전사 강하 훈련 등에 이용하고 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