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성범죄자였다'…혼인 취소 될까 [법알못]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 후 남편이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충격적인 사연이 화제다.

30일 방송된 채널 IHQ ‘변호의 신’ 사무실을 찾아온 의뢰인은 결혼한 지 2주 된 새 신부로, 결혼 후 남편의 실체를 알게 됐다며 이혼 상담을 요청해왔다.남편의 다정한 성격에 반해 결혼을 결심한 의뢰인 A 씨. 그는 결혼 전 신혼집 장만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으며 미리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진=5월 30일 밤 방송 '변호의 신' 캡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남편의 전 여자친구가 찾아와 행패를 부린 적이 있다는 것.

하지만 남편은 억울해했고 그에 대한 신뢰가 깊었던 A 씨는 남편을 믿고 그대로 결혼을 진행했다.그러나 신혼여행을 다녀 온 후 감쪽같이 사라진 남편.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는데, 사라진 남편을 발견한 곳은 놀랍게도 경찰서였다. 남편이 전 여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 및 협박으로 고소당해 구속된 상태였던 것.

A 씨는 억울해하는 남편을 위해 남편의 전 여자 친구를 만나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남편의 전 여자친구는 의뢰인이 속고 있는 거라며 남편이 찍어 보낸 자신의 나체 동영상파일을 보여준다. 동영상 속 처음 보는 남편의 얼굴에 충격을 받은 의뢰인. 남편의 컴퓨터 폴더에는 이전 여자친구들의 다양한 사진과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다정한 남편이 실제로는 추악한 성범죄자였다는 사실에 A 씨는 혼인 취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과연 가능할까.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변호사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속았다고 하면서 혼인무효나 혼인 취소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속았다. 사기 결혼 당했으니까 결혼을 취소해 달라'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혼인 취소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 변호사는 "혼인 취소에 대해 우리 판례가 굉장히 엄격하다"면서 "다소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인 능력을 속인 경우는 혼인 취소가 어렵다. 예를 들어 연봉이 5천만원인데 1억이라고 속이는 것만 가지고는 혼인 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학력, 직업, 결혼, 이혼 여부 등을 서류를 위조해 적극적으로 속인 경우에 엄격한 요건에서 혼인 취소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

이 변호사는 "실제로 성범죄 전력까지 없앤 40대 의사가 운전면허증과 혼인관계증명서, 전문의 자격증의 개인정보를 조작해 이를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는 수법으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 여성들을 만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과거 의사 면허 취득 전에 준강간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사건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범죄 전력은 중요한 사실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범죄 전력을 미리 고지하지 않은 부분도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법원이 혼인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기망으로 인하여 생긴 착오가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 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혼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전력을 기망한 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는 물론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 경우에도 소송을 제기하려면 서류, 문자, 녹음, 각서 등 증거가 있어야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사후에 소송을 해도 피해배상을 온전히 받기 어려우니 이런 사람을 만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혼인 기록 자체를 삭제하는 혼인무효는 어떨까.

혼인무효와 혼인 취소는 혼인 이전 사유나 혼인을 준비하는 과정의 사유로 혼인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를 지닌다. 혼인무효가 인정되면 혼인은 소급하여 없던 것이 된다. 그런데 혼인 취소는 취소된 날로부터 혼인이 부정되고 효력은 과거로 소급되지 않고 그 효과는 이혼과 유사하다.

민법은 제815조(혼인의 무효)에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를 대표적인 무효 사유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국적을 취득하거나 신혼부부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서 결혼할 생각도 없는 남녀가 허위로 혼인신고 하는 경우에 혼인무효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진지하게 만나는 남녀가 실제로 결혼했지만 결혼 전 어떤 중요한 사실에 속았다고 기망을 주장하는 경우는 혼인무효가 아니라 ‘혼인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816조 (혼인 취소)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정했으면 신속히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속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법 제823조(사기, 강박으로 인한 혼인 취소 청구권의 소멸)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월을 지나간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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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