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대신 경력"…5대 은행 정기공채 반토막

얼어붙은 은행 채용시장

디지털 열풍에 신입채용 줄고
IT 인력 중심 수시채용 늘어
4대 은행, 하반기 공채 계획 미정

인터넷銀, 고연봉 내세워 입도선매
작년 채용 52% 늘어 564명 뽑아
5대 시중은행이 정기 공개채용을 통해 뽑은 직원 수가 최근 2년 연속 1000명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만 해도 이들 은행의 연간 공채 인원은 3000여 명에 달했다. 은행 취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은행들이 일반 행원 공채를 줄이고 정보기술(IT) 인력 중심의 수시채용을 늘리는 등 금융권의 채용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몸집 다이어트’로 경영 효율화

30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작년 정기공채로 뽑은 직원은 936명에 그쳤다. 2018년 2979명, 2019년 2113명, 2020년 980명 등 해를 거듭할수록 은행권의 공채 출신 신입 직원이 급감하고 있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이 지난 4월까지 정기공채로 채용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4대 은행은 올해 하반기 정기공채 계획도 ‘미정’이라고 밝혔다. 지점이 가장 많은 농협은행만 올 들어 4월까지 580명을 정기공채로 선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환경이 보편화하면서 일선 영업점에서 일할 일반 은행원을 채용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몸집 다이어트’를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2017년 말 7만6912명에서 작년 말 7만3198명으로 3714명(4.8%)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도 4726개에서 4188개로 538개(11.4%) 줄었다.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5대 은행의 수시채용 인원(콜센터 직원 등 포함)은 2019년 2865명에서 2020년 3046명, 작년 3626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고도화, 데이터 비즈니스 확대, 디지털 신산업 진출 등 은행들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및 빅테크와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디지털 경력직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덩치 키우는 인터넷은행 3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시중은행과 달리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새로 채용한 인원(정기공채와 수시채용 합계)은 2020년 372명에서 작년 564명으로 192명(51.6%) 늘었다. 대부분이 수시채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이 높은 연봉을 내세워 전자회사, 게임사, 플랫폼 기업 등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입도선매하고 있다”며 “호봉제 등으로 인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디지털 인재를 수혈하기 힘든 시중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들도 낡은 기준으로 인해 조직의 고령화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5대 은행에선 작년에만 300~600명대 직원이 명예퇴직을 하는 등 매년 수백 명의 명퇴자가 나오고 있다. 이들의 빈 자리를 젊은 직원들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시중은행만큼 명퇴금을 챙겨주지 못하는 국책은행에선 이 같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 수는 2019년 530명에서 2020년 666명, 작년 992명으로 급증했다. 산업은행은 작년 말 기준 전체 직원 중 8.9%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