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통신주?…"이젠 성장주라 불러주오"

주가 재평가 받는 통신사

KT, 연초 대비 23% 상승
SKT·LG유플러스도 회복세
증권사, 투자의견 잇단 상향

호실적·주주환원·신사업 '3박자'
"돈 벌어들이는 구간 진입했다"
증권가에서 통신주는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는’ 주식으로 여겨졌다. 규제산업 특성상 성장성이 낮고, 주가 변동 폭도 크지 않아서다. 최근엔 재평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이 주목받으면서다. 통신주가 ‘경기방어주’를 넘어 ‘성장주’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들 “통신주 더 오른다”

30일 다올투자증권은 통신주 관련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하고 통신 3사에 대해 ‘매수’ 의견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도 투자 의견을 ‘긍정적’이라고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도 ‘비중 확대’ 의견을 잇달아 내놨다.이 같은 움직임은 통신주가 신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KT는 올 들어 23.3% 상승하며 지난 10년간의 낙폭을 한꺼번에 회복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하락세를 모두 만회했다.

증권가에선 ‘통신주가 박스권 상단에 가면 다시 떨어진다’는 기존 통설이 깨졌다는 말이 나온다. 호실적, 주주환원, 신사업 등 3박자가 맞물리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방어주 성격인 통신주의 상승세가 부각되고 있다”며 “여기에 향후 실적 성장 예상까지 보태지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돈 벌어들이는 구간

지난 3년간 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기지국 투자와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5G 가입자가 예상만큼 확보되지 않아 실적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선 돈을 거둬들이는 구간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 연구원은 “올해 대규모 5G 투자는 없을 것”이라며 “투자가 마무리되지 않은 농어촌 지역은 통신 3사가 공동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비용 부담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2023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작년 1조3870억원이었던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올해 1조6260억원, 내년 1조7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도 영업이익(작년 1조6720억원)이 올해와 내년 각각 1조9400억원, 2조105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성장동력

통신사들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서다.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대표적이다. 두 사업은 통신사들이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김진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는 인터넷망 제공과 온도관리, 정전 방지 등 시설관리가 중요하다”며 “통신사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3사는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KT를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B2B 사업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어서다. KT의 국내 IDC 점유율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주당 배당금도 올해 2200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수익률은 6%에 달한다. 케이뱅크, 스튜디오지니, 밀리의서재 등 자회사 기업가치 상승도 호재로 꼽힌다. KT는 자회사 비씨카드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