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제만 3000개…윤 대통령 "모래주머니 달고 글로벌 경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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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규모 투자·고용에 규제 완화로 '화답'윤석열 대통령이 기업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30일 밝혔다. 지난주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윤 대통령까지 직접 “전 부처가 규제 완화에 나서라”고 주문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시행령을 고치거나 구두 지도 등을 통한 행정 규제 완화가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모든 부처가 규제혁파 나서라"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 개선
대통령령·부령으로 신속히 처리
정부 솔선수범 뒤 국회와 협조"
대통령 주재 민관회의 신설 예상
노동 환경 등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들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처가 규제개혁 부처”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작심한 듯 ‘규제 완화’ 얘기를 꺼냈다. 전날 밤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 집행이나 물가 안정도 발언 순위에선 규제 완화 뒤로 밀렸다.윤 대통령은 “(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고 뛰기는 어렵다”며 “모든 부처가 ‘규제개혁 부처’라는 인식하에 기업 활동,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각 부처를 통해 기업 관련 규제를 취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정부 내 크고 작은 기업 규제가 약 3000개에 이른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규제도 다수 있는 만큼 실효성이 없는 규제부터 순차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라고 했다.윤 대통령이 그동안 민간 주도의 경제를 앞세우긴 했지만 규제 완화를 직접 언급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 당시에도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구조적인 사회 개혁에 중점을 뒀다.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기업인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과 취임 만찬 행사에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하는가 하면 지난주엔 대통령실 앞 잔디광장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들까지 깜짝 초청했다.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약 20일간 대통령 주최 행사에 다섯 번 참석할 정도였다.윤석열 정부의 이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로 이어졌다는 게 경제계의 분석이다. 삼성이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다른 주요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계획 발표가 잇따랐다. 윤 대통령이 이날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역대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기업인을 진정으로 대우하고 화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경제계 “입지·인력·신산업 규제 풀어야”
윤 대통령은 이날 규제 완화의 대략적인 방향도 설명했다. 우선 행정 지도와 같은 그림자 규제를 풀고, 다음으로 대통령령과 부령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한 뒤 국회 입법을 통한 규제 완화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적 방안이다.어렵고 복잡한 덩어리 규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부 내에선 대통령이 주재하고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경제계에선 규제 완화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선 반도체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 건설과 관련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인력풀이 부족한 반도체업계에서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크다.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신생 산업에서도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바이오·헬스, 핀테크 등 3대 신산업의 경쟁력이 각종 규제로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격 의료와 관련한 규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핀테크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망 분리·개인정보보호 등 사전적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기업들의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좌동욱/박신영/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