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헌재재판관 검증 맡은 법무부…중립성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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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밀 업무, 통상 업무로 전환…헌법·법률 내에서 진행" 우려 일축
법조계 "심판을 한쪽팀이 검증" 비판…"시스템 아닌 운영의 문제"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조다운 기자 =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는 인사 검증 조직이 대법관과 일부 헌법재판관의 인사 검증까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통상업무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달 출범을 앞둔 법무부 인사 정보관리단은 과거 민정수석비서관실이 맡았던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넘겨받아 1차 검증 업무를 담당한다.
민정수석실의 검증 기능을 그대로 옮겨오는 만큼, 대법관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도 관리단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는 인사 검증 업무를 '양지화'하는 것이라며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인사 검증 조직 신설과 관련해 "과거 정치 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가 '늘공'(직업 공무원)의 감시받는 통상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견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민정수석실의 인사 검증보다 국회와 언론의 감시를 받는 행정부처인 법무부의 인사 검증이 더 투명하고 공정할 것이라는 취지다.
한 장관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등 최고 법관에 대한 인사 검증으로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도 "인사 검증 업무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통상 업무로, 범위와 대상도 새롭게 늘리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사혁신처의 업무로 규정된 인사 검증의 범위와 대상은 그대로 두고, 위탁 대상만을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정보관리단으로 변경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법무부 산하 조직이 법관 인사 검증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재판의 당사자로서 수시로 법관들과 부딪히는 만큼, 인사 검증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로 이해 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판사는 "축구 경기의 심판을 한쪽 팀에서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법무부가 강조한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인사 정보는 본질적으로 내밀한 개인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만큼, 법무부가 국회나 언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간다고 해도 인사 관련 정보를 일일이 공개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결국 이전과 비슷하게 '인사에 관한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직 관리단의 업무 범위나 방향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출범 후 실제 운영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 현직 재판연구관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정부 기관을 이용해 인사 대상자를 검증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향후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공직자들에 대한 검증은 법무부든 인사혁신처든 행정부처 내에서 할 일"이라며 "다만 인사 검증 업무를 했던 검사가 자기가 검증한 판사의 재판에 관여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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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