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감독상' 박찬욱 "원했던 상은 남녀연기상…엉뚱한 상 받아"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 박찬욱 감독 '금의환향'
"예술영화로 인상 지어질까 염려…선입견 버려달라"
"송강호, 국제 스타 되서 내 차례 올지 몰라"
박찬욱 감독 /사진=뉴스1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거머쥔 박찬욱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함께 귀국했다.박 감독은 "사실 제가 원했던 상은 남녀연기상이었다. 엉뚱한 상을 받게 되었다. 배우들이 상 받으면 좋은게 저 감독과 일 하면 좋은 상을 받게 해주는구나하는 인식이 생기면 캐스팅할 때 도움이 된다. 조금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해일은 "박찬욱 감독님 덕에 처음 다녀와서 많은 걸 보고 즐기고 영화도 알리고 의미 있는 시간 보냈다. 감독상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충분히 받으실만한 상이었고, 다음에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본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세 번째 칸 수상에 대해 "특별한 감흥은 없고, 걱정되는 점은 너무 아트하우스용, 소위 예술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국한되는 것"이라며 "제가 만드는 영화는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이기에 어쩌면 영화가 재밌어서 칸 영화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영화로 인상 지어질까 염려된다. 그런 선입견은 버려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이어 "HBO를 위한 TV 시리즈를 하면서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하고 각본을 쓰고 있다. 그것이 다음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송강호 씨는 외국인 감독님과 작업을 했고, 큰 상까지 받았으니 이제 국제 스타가 되어버려서 저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으나, 당연히 함께 일하고 싶은 첫 번째 배우"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 박해일과 금의환향 /사진=뉴스1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칸 국제영화제와 첫 연을 맺었다. 이후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아가씨'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는 칸 국제영화제 세 번째 본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이다.

'헤어질 결심'의 수상 가능성은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된 후부터 일찌감치 점쳐졌다. 이 작품은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Screen International) 평점에서 3.2점(4점 만점)을 받으며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과 독창적인 연출력,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의 섬세한 열연으로 호평받았다. '헤어질 결심'의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한국 영화를 넘어 K-콘텐츠의 무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오는 6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