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외국인 자금·인재 다 떠나는 중국

강현우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자금뿐 아니라 인력까지 ‘탈중국’을 서두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은 중국 경기 침체의 직접적 결과다. 인력의 이탈은 ‘제로 코로나’로 대변되는 강력한 방역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책 신뢰도 하락’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국가 전략과 정책에선 상당한 신뢰도를 유지해 왔다. 사업 리스크가 수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민주주의 국가보다 오히려 작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주식·채권 역대급 순매도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4월 중국 채권시장에서 3011억위안(약 57조원)어치의 중국 국채와 은행채 등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석 달 연속 순매도는 처음 있는 일이다. 3월에 역대 최대인 1125억위안어치를 팔았을 때 금융당국은 “일시적 현상이며 2분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4월 순매도 금액도 1085억위안으로 3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5월까지 외국인의 중국 주식 순매도는 22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2014년 홍콩거래소를 통한 외국인 참여가 시작된 이후 연간 순매도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상장사들에 자사주를 사고 배당을 늘리라는 지시도 내렸다.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을 마무리할 것이란 메시지도 수차례 내놨다. 하지만 외국인의 주식·채권 매도 행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급기야 채권정보 플랫폼에서 외국인 거래 정보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삭제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

이민 시도하는 중국인도 늘어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미국이 올해부터 시행한 ‘외국회사책임법’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미국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상세한 회계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양국 간 회계 협정이 종료되면서 중국 기업에 인정되던 특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회계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제공할 것인가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를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미국과의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때마다 “아직 중대한 문제가 남았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SEC는 “PCAOB가 중국 기업 조사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조사가 이뤄질지는 모르는 일”이라고도 했다. 중국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중상공회의소는 중국 철수를 검토하는 자국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원인으로 과도한 방역 통제를 꼽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중국에서 공부한 외국인 대학생 40%가 ‘중국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진지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는데도 ‘곧 나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만 반복하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이민을 고려하자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자국민 출국을 금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