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잡아라"…다시 서울로 눈 돌리는 집주인들

강남·용산 등 신고가 지속·문의 증가
전국 사실상 규제지역, 서울에 쏠린 눈
사진=연합뉴스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서울로 회귀하는 '역풍선효과'가 거세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한데다 외곽 및 지방에서는 하락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규제지역이 여전한 가운데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강남, 용산 등 미래가치가 높은 곳으로 돈이 모이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3차’ 전용 82㎡는 지난 12일 3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신고가인 36억원(12월)과 동일한 금액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압구정동에서는 올해 들어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신현대12차’ 전용 155㎡는 지난달 59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 51억원보다 8억원이 치솟았고, ‘현대1차’ 전용 131㎡도 같은 달 47억원에 손바뀜해 직전(44억원)보다 3억원이 뛰었다.재건축 이슈가 있는 곳만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일원동에 있는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전용 121㎡는 이달 33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는데, 2020년 10월 기록한 직전 신고가 31억원보다 2억원 넘게 뛰었다. 지난달엔 도곡동에 있는 ‘도곡렉슬’ 전용 176㎡가 58억원에 팔리면서 2020년 마지막 거래(6월) 43억원보다 15억원 치솟았다.

강남 3구인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는 전용 84㎡는 이달 36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직전 신고가(35억원)보다 1억3000만원 뛰었다.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선수기자촌3단지’ 전용 163㎡도 이달 39억원에 손바뀜해 지난달 거래된 28억6000만원보다 10억4000만원 상승했다.
사진=뉴스1
용산구도 최근 서울 집값을 이끄는 자치구 가운데 하나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더힐' 전용 240㎡는 지난달 30일 11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1년 만에 32억5000만원이 오른 수준이다. 이촌동에 있는 '한강맨숀' 전용 87㎡는 지난달 38억원에 팔려 같은 달 거래된 33억3000만원보다 4억7000만원 올랐다. 같은 동에 있는 '반도' 전용 167㎡도 전월 34억원에 주인이 바뀌었는데 지난해 기록한 신고가 25억7000만원(4월)보다 7억6000만원 상승했다.전국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이들 지역 집값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엔 새 정부 재건축 완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폭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을 약속했다. 집값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면서 ‘신중론’을 내비쳤지만, 방향성엔 변함이 없다.

여기에 지방선거 중심인 서울에서는 어떤 후보가 돼도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주도 개발을 공공이 지원해 정비사업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시장 직속으로 재개발·재건축 지원단을 만들고 용도지역 변경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안전진단 심사 폐지, 1가구 1주택자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올해 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재건축 완화 공약에 집값이 들썩였다면 최근엔 지방선거에서 누가 서울시장이 돼도 재건축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집값에 반영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오히려 서울로 회귀하는 '역풍선효과'도 있다는 설명도 있다.

개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가 아니더라도 강남 일대 중대형 면적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이왕 1주택일 바에는 강남에 갖고 있자는 실수요자들의 심리가 작용한다고 봐야한다"고 전했다.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3일)까지 서울 집값이 8주 연속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용산 집값은 9주 연속 상승 중이다. 지난 23일 기준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0.05%까지 확대됐다. 강남 집값도 11주 연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엔 0.04%까지 상승률이 높아졌지만 이달 들어선 0.02~0.03%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