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영상 틀어줘야 한다면…" 유튜브서 눈 돌리는 엄마들

영상 노출 잦아지는데…"제대로 된 영상 보여주고 싶다"
부모 수요 맞춰 양질 키즈 콘텐츠 위해 투자 활발
영유아 자녀를 둔 최모씨(35)는 아이가 영상을 찾기 시작하면서 어떤 콘텐츠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씨는 "유튜브 키즈를 이용하긴 했는데, 늘 보던 콘텐츠의 반복이라 이왕 보여줄 거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처럼 키즈 콘텐츠를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키즈·교육용 콘텐츠 이용 실태에 따르면 키즈 콘텐츠의 일평균 이용량 증가율은 59.2%로 다른 장르에 비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유튜브는 못 믿겠고...대안 찾는 부모들

엄마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들 영상 뭐 보여 주시나요"라며 고민을 털어놓는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되도록 자녀에게 영상 노출을 자제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여준다면 좀 더 제대로 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국내서 가장 보편화된 키즈 콘텐츠 플랫폼은 '유튜브 키즈'다. 유튜브는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2017년 유튜브 키즈를 국내 처음 출시했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 키즈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튜브 키즈에서 총기와 마약 문화를 연상하는 영상이 노출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콘텐츠를 보여주길 원하는 부모들의 수요에 발빠르게 반응한 곳은 통신업계다. IP(인터넷) TV 사업을 운영하는 이동통신사는 다른 업계보다 한 발 빠르게 IPTV에 키즈 콘텐츠를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젬(ZEM)키즈', KT는 '키즈랜드', LG유플러스는 'U+아이들나라' 브랜드를 가각 운영 중이다.이들은 유해 콘텐츠를 꼼꼼하게 필터링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를 공개하면서 부모들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집집마다 기본적으로 IPTV를 가입하고 있다는 점도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다. 2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김모씨(33)는 "최근 IPTV에서 우연히 동화 읽어주는 콘텐츠를 봤는데, 시간도 짧고 무엇보다 내용적 측면에서 마음에 들어 무료 콘텐츠부터 짧게짧게 아이랑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SK브로드밴드의 젬키즈 '오늘의 학습' 누적 시청은 300만건을 넘었다. KT의 키즈랜드는 출시 3년6개월만에 누정 이용 600만 가구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U+아이들나라'가 IPTV 가입자 확보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U+아이들나라는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이용자 수 54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가정돌봄서비스와 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째깍악어'에 5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째깍악어의 오프라인 사업에 U+아이들나라의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AP

넷플릭스도 '키즈 콘텐츠'에 공들인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는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의 키즈 콘텐츠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연령별로 필터링도 되고, 특히 영어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영어 콘텐츠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아이 영어 노출 때문에 (영어) 흘려듣기를 해주고 싶다"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고민 중인데 추천 부탁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디즈니플러스는 아이들이 주로 보는 애니메이션이 다수 포진돼있다. 라이온킹, 겨울왕국 등이 그렇다. 키즈 콘텐츠가 디즈니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도 키즈 콘텐츠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2017년 넷플릭스 키즈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로얄드달스토리컴퍼니(Roald Dahl Story Company)를 비롯해 유명 키즈 IP(지적 재산권)사들을 인수하며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총괄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키즈 콘텐츠 강화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많은 제작사가 좋은 키즈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라바와 같이 넷플과 함께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들도 있는데, 이같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