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너무 힘들다' 극단선택한 해군 수사단 간부 상관 입건

유족 "무리한 인사·과도한 업무" 주장…일부 권한남용 정황 확인
지난 4월 해군 수사단의 한 간부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고인의 보직 임명 과정에서 일부 무리한 인사 조처가 있었던 정황이 포착됐다. 3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전날 해군본부 수사단 소속 A 대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A 대령은 숨진 수사단 간부 B 중령의 보직 임명 과정에서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개입을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중령은 해군 수사단 예하의 모 부대 지휘관으로 근무하다가 광역수사대장을 겸직한 지 약 두 달 만인 지난달 29일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B 중령이 생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특히 상관인 A 대령의 성과 압박과 무리한 인사 조처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유서에 '너무 힘들다.

버틸 힘이 없다…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는지, A(상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나'라고 적었다. 또 '진급, 보직, 인생 이런 것들이 나를…겸직 이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A 대령은 조사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 분석하는 한편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당시 인사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결과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대령 입건 사실도 이날 해군본부에 정식으로 통보됐다.

유족 측은 A 대령이 편제상 해군참모총장 직속 수사단의 핵심 간부라는 점에서 공정한 수사를 위해 보직을 해임하고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B 중령의 부인은 이날 해군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상관으로 인해 남편이 사망한 것이 명백함에도 아직도 해당 상관의 직책은 그대로"라며 "조사본부에서 사건조사가 종결되면 해군본부 법무실로 송치된다고 하는데…공정한 결과를 절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군 측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2.05.03 송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