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근무' 확산, 美 집값 급등 불렀다

"더 넓고 좋은 집의 수요 크게 늘어"
동산 정보업체 질로우그룹의 주택가격 지수에 인구가중치를 둬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집값은 23.8% 올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이 최근 미국 주택가격 급등을 주도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CNN은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연구진이 팬데믹 기간 집값 상승분 중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그룹의 주택가격 지수에 인구가중치를 둬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집값은 23.8% 올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의 영향에 따른 상승분이 15.1%포인트에 달한다고 분석했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민간 경제연구기관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내놨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준 직장 근로자의 42.8%가 최소한 일부 재택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영구적 재택근무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연구진은 재택근무로 사람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더 넓고 좋은 집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봤다.

또 사무실에서 먼 곳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돼 새로운 생활방식에 맞는 큰 집을 구매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에서 연중 날씨가 좋은 남부 선벨트 지역의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이전부터 이들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일부 있었지만, 재택근무 확산으로 텍사스주 오스틴과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기존 주택 가격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 올랐다.

연구진은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1~2년 안에 이러한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면서 "집값 상승은 투기적 버블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이 향후 집값을 전망할 때 재택근무 추세를 중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