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 넘은 불법 선거 현수막에…자전거 타던 중학생 중상

충남도의원 쌍용동 선거구 불법 현수막
중학생 머리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
김은나·양경모 여야 후보 벌금 전력
출처불명의 상대 비방하는 내용 담겨
충남 천안시 쌍용동 파크밸리동일하이빌 아파트 단지 인도에 걸린 불법현수막. 중학생이 현수막에 걸려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주민들이 사고 직후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독자 제공
충남 천안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불법 현수막 때문에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9시10분께 천안시 쌍용동 파크밸리동일하이빌 아파트 단지 인도에서 중학생 A군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불법 선거 현수막에 걸려 넘어졌다.바닥과 충돌한 A군은 머리와 얼굴이 크게 다쳐 119구급차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 조모씨(45)는 “장을 보러 가다가 현수막이 너무 낮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현수막에 그대로 부딪혔다”며 “손을 쓸 틈도 없이 ‘쿵’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고 말했다.

불법 현수막은 충남도의원 쌍용1·2·3동 선거구에 출마한 김은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경모 국민의힘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은나 후보는 2007년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 양경모 후보는 1992년과 2003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과 수산물품질관리법 위반으로 금고1년(집행유예2년)·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선거가 과열되자 지지자들이 서로의 전과 기록을 알리기 위해 동네 곳곳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출처불명의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인도를 점령한 불법 현수막에 대한 천안시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 이모씨(50)는 “며칠 전부터 곳곳에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걸려 있는 데도 행정기관에서는 단속 한 번 없었다”며 “자기들의 치부를 알리는 현수막 하나 때문에 주민이자 한 학생이 생명을 잃을 뻔했다”고 분노했다.

전과 이력이 있는 후보를 공천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선거 출마자는 “애초 흠결이 있는 후보들을 공천한 정당에도 문제가 있다”며 “충남지사와 천안시장 선거가 박빙으로 치닫자 상대 비방이라는 악수를 두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지저분한 선거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