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서울국제도서전…사전예매 인원만 2만명

'국내 최대 책 축제' 코엑스서 1~5일 개최
코로나19 전보다도 열기 뜨거워
서울국제도서전 첫날인 1일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구은서 기자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 첫날인 1일. 서울 코엑스 A홀 입구 앞에는 11시 개막 전부터 행사장 입장을 기다리는 수십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느 행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을 꺼내들고 기다림의 순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 코로나19로 2년간 축소 개최됐던 도서전이 3년 만에 대규모 개최되자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청주에서 부인과 함께 도서전을 찾은 신명구 씨(36)는 "평소 좋아하는 SF문학 관련 강연도 많이 열린다고 해 지난주 미리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5일간 20만명 찾아올 듯"

이날 대한출판문회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해 도서전 사전예매 인원만 2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만2000명)보다도 많다. 출협 관계자는 "보통 현장예매하는 관람객이 더 많단 걸 고려하면 행사기간 동안 총 20만명이 도서전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오는 5일까지 열린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도서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다니 깜짝 놀랐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의) '타는 목마름' 같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독자들이 온 것을 보고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도서전에는 국내외 출판사, 문학원 등 195곳이 부스를 차리고 다양한 책을 선보인다. 국내 167명, 해외 12개국 47명 등 저자 및 출판 관계자들의 강연도 이어진다.

도서전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여름, 첫 책' 10종과 표지를 바꾼 리커버 도서 '다시, 이 책' 10종도 각 출판사 부스에서 확인 가능하다.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편집자들은 늘 독자를 생각하고 궁금해하지만 막상 독자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며 "독자와의 스킨십을 위해 매년 참가 중이고 내년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마음산책은 이날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어금니 깨물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책에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기억이 언급되는 만큼 시인과 어머니의 옛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코로나19 이전의 행사 규모를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예년에는 코엑스 A·B홀을 모두 사용했는데 올해는 A홀에만 전시장이 꾸려졌다. 출판계는 도서전을 계기로 오프라인 행사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부장은 "최근 출판사들은 동네서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 중"이라며 "이번 도서전 계기로 출판사나 저자들이 독자를 만날 기회가 더욱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영하, 은희경 작가의 추천 책은

사정상 도서전 행사장을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도서전을 즐길 방법은 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들이 추천한 책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소설가 김영하는 샤를 페펭의 <만남이라는 모험>과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 두 권을 꼽았다. 각각 "거리두기가 끝나가는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여러 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연상시킨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소설가 은희경은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하며 "최근 현실이 힘들어지면서 사람들 마음 속의 이기심이 점점 노골화되고 차별과 편견이 만연해지는데, 이 책은 그런 완고하고 배타적인 생각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줄리안 반스의 <시대의 소음>,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 그리고 와야마 아먀의 <가라오케 가자!>·<여학교의 별> 등을 도서전 관람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골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