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하이가 돌아왔다" 환호는 잠시…힘겨운 경제재건 과제

두달 봉쇄 끝 일상 회복 시동…하루 피해만 2조원대 추산
우한 사태처럼 '승리' 선언 못 한 중국…시진핑 지도력에도 상처
"상하이가 돌아왔다!"
1일 오전 0시께, 중국 상하이 도심의 명소인 와이탄에서 차량을 몰고 가던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차창 밖으로 외쳤다. 옛 조계지 시절의 유산인 웅장한 유럽식 건물이 즐비한 와이탄 앞 도로에 쏟아져나온 차들은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대면서 두 달이 넘게 진행된 코로나 봉쇄가 끝난 것에 환호했다.

지난 3월 28일 시작된 상하이 봉쇄가 두 달 만에 끝났다.

'경제수도'로 불리는 인구 2천500만의 초거대 도시는 이날부터 정상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봉쇄 해제의 기쁨은 잠시였을 뿐 상하이 시민들은 날이 밝자마자 봉쇄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목도했다.

상하이시는 이날부터 관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제 활동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히 꺼진 용광로를 다시 가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두 달간 거의 완전히 멈춰선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의료용 침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저우씨도 이날부터 상하이 사무실 운영을 재개했지만, 언제쯤 사업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지 막막하다.
저우씨는 "봉쇄 기간 사무실 운영을 전혀 하지 못했다가 직원 15명에게 1일부터 출근하라고 연락을 돌렸다"며 "직원들이 일단 주거단지에서 제대로 나와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에 사무실을 두고 인접 난퉁시에서 미국 수출용 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는 저우씨는 "봉쇄 기간 공장은 가동하긴 했지만, 공급망과 물류망에 문제가 많아 생산과 수출이 급감해 쓰러질 것만 같았다"며 "일단은 출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거리의 상업 기능도 회복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어 보였다.

'중화 제일의 거리'라는 별명이 붙은 상하이의 대표적 번화가 난징둥루에서는 문을 닫은 집이 문을 열고 정상적으로 장사를 하는 집보다 많았다.
난징둥루 초입에 나란히 자리 잡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매장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채였다.

인근 골목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문을 연 상점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웠다.

녹차를 파는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판씨는 이날 봉쇄 후 처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25년 동안 계속 차를 파는 장사를 해왔지만, 이번 봉쇄처럼 어려운 일은 처음 겪어봤다"며 "봉쇄가 풀렸다지만 앞으로 정부가 정말 얼마나 제대로 통제를 풀어줄지가 경제 회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 당국이 조속한 경제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경제 현장에서는 봉쇄의 관성도 여전하다.
창닝구 주택가의 한 소형 슈퍼마켓에서는 직원들이 정문 앞에 나와 고객 한명 한명으로부터 구두로 주문을 받아 매장에서 물건을 찾아 가져다준 뒤 계산을 하는 번거로운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시 당국의 발표와 달리 말단 행정 단위에서 아직 고객의 매장 출입을 허용한다는 '통지'가 내려오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상하이가 이날부터 소위 말하는 '전면적 정상화'를 시작했지만 '코로나와의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 주민은 정상적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사흘에 한 번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알리페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되는 코로나19 음성 증명이 없으면 출근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중교통을 탈 수도 없고 슈퍼마켓에도 갈 수 없다.

코로나 검사를 받는 것도 일이다.

이날부터 주택가 곳곳에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날부터 경제 활동이 정상화됐다고 하나 음식점들은 당분간 실내 영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배달 영업만 해야 한다.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오락 시설부터 여행, 예체능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 부문도 아직 영업 제한이 풀리지 않아 많은 시민이 여전히 일터에 복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 봉쇄가 끝났지만, 상하이가 한번 무너져내린 경제를 재건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천문학적 경제적 대가를 치른 고강도 봉쇄에도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박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 봉쇄 조치가 강화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불확실성은 향후 중국 전체 경제를 계속 짓누르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하이 봉쇄 사태를 계기로 애플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는 것 역시 일반 중국인들이 느끼는 이런 불안과 관련이 깊다.

상하이의 한 신문 기자는 "가장 어려운 점은 코로나19의 재발과 봉쇄가 언제 또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상하이가 기억 속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이후 중국은 우한 등 수많은 도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강도 봉쇄를 했지만, 이번 상하이 봉쇄의 충격은 유난히 컸다.

중국의 금융·상업·무역 중심 도시인 상하이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특별하다는 점에서 상하이 봉쇄는 중국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공급망과 물류망을 타고 전 세계의 기업과 소비자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연초에 정한 5.5%는커녕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우한 사태의 충격으로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이후 최악이던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무역협회 상하이지부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1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봤을 때 봉쇄 기간의 직접 경제 손실액 하루치가 118억위안(약 2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그간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조기 통제에 따른 사회 정상화 편익이 봉쇄 비용보다 크다고 여겨졌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식 방역 체계를 무력화함에 따라 상하이에서 60만명 이상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최악의 코로나 확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대표 치적으로 포장된 제로 코로나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졌다.

아울러 '인민 지상, 생명 지상' 구호를 앞세웠으나, 실제 상하이 봉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제로 코로나 달성이라는 목표에만 함몰된 나머지 기본적 식료품과 의료 서비스 공급마저 극도로 제약하면서 많은 주민 사이에서는 당과 정부를 향한 불만이 팽배해졌다.

이런 대중의 높은 불만을 의식한 듯 중국 당국은 2020년 우한 때와 달리 '상하이 보위전' 승리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시의 일인자인 리창 당서기는 "상하이 보위전에서 중대한 단계적 성과를 냈다"고만 자평했다.

이런 상황은 가을 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 시대를 선포해야 할 시 주석에게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우한 사태 때와 달리 시 주석이 상하이를 찾아가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악화한 현지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세핀 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니스트는 "대규모의 사회적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까지는 낮지만, 최근의 봉쇄는 중국의 중산층과 고학력자들이 정부의 거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