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제국' 일궈낸 골프존…"시총 3兆 향해 굿샷"

비즈 스토리

창사 22년 만에 계열사만 47곳
스크린골프·골프장·유통 아울러

코로나 특수에 경쟁자마저 없어
올해 그룹 매출 1.5兆 돌파할 듯
'몸값 2조' 골프존카운티 상장 채비
골프존뉴딘그룹이 창업 22년 만에 그룹 매출 2조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사업으로 시작해 어느새 47개 계열사를 거느린 ‘골프 왕국’의 반열에 올랐다. 상장 계열사인 골프존, 골프존뉴딘홀딩스, 골프존데카 세 곳의 시가총액(지난달 31일 기준)은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는 김영찬 그룹 회장(76)의 식지 않는 열정에 세 가지 행운이 겹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골프社와 어깨 나란히

1일 골프존뉴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매출은 총 1조1268억원에 달했다. 첫 ‘매출 1조 클럽’ 가입이자, 2019년 6114억원에서 2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난 금액이다. 올해 실적 개선 추세도 가파르다. 그룹의 핵심인 골프존의 1분기 매출은 153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5% 증가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그룹 매출은 1조50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삼성전자에 다니다 55세의 나이에 늦깎이 창업에 성공한 김 회장의 ‘성공 스토리’는 국내 골프업계에선 전례를 찾기 어렵다. 비교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일본에서 140여 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아코디아넥스트골프의 2021 회계연도 매출(3월 말 결산)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24억원이었다.

스크린골프에서부터 골프장 운영·관리, 장비 제조 및 유통까지 골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을 수직계열화했다는 점에서 골프존뉴딘그룹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올해 상장심사서를 제출한 골프장 운영사 골프존카운티의 기업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네 번째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그룹 전체 시가총액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회장은 골프존마켓을 운영하는 골프존커머스까지 상장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골프 왕국을 건설하려는 것이란 게 골프업계의 시각이다.

한 번의 불운, 세 번의 행운

골프존그룹의 환골탈태는 2016년 ‘갑질 논란’에서 시작됐다. 스크린골프 점주와의 갈등으로 김 회장은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호통 대상으로 전락했다. 국회의원은 다그치고, 그는 송구한 듯 답했다.

이 과정에서 골프존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미등기 임원으로 물러나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데 전념하고, 일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골프존뉴딘그룹은 매출 1조 클럽 중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몇 안 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특수’는 골프존그룹의 비상에 결정적 발판이 됐다. 현재 18개에 달하는 ‘골프존 골프장’은 골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8년 골프존카운티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대형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것도 김 회장에겐 행운이었다.

MBK는 일본에서 170여 개에 달하는 골프장을 보유한 아코디아골프그룹을 운영하면서 먼저 골프장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위력을 경험한 ‘선구자’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해 대중제로 전환하면 절세 효과가 크다”며 “골프장 소유주가 조경과 카트 운영에서 돈을 남겨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골프존카운티는 오너가 가져가던 이익을 법인에 돌림으로써 영업이익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물러선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VX는 스크린골프, 연습장, 골프장 위탁 운영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골프존그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지난해 카카오그룹의 ‘무한 확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골프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e커머스 등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되던 스타트업에 대한 몸값 거품 논란이 일면서 골프존카운티처럼 성장 구조가 확실한 기업이 공모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외부 자금 수혈까지 이뤄지면 골프존그룹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