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육감 직선제를 끝내야 하는 이유

이관우 사회부장
‘그들만의 리그.’ 교육감 선거를 일컫는 말이다. 도입 15년이 됐는데도 ‘깜깜이’ 꼬리표는 여전하다. 1일 끝난 올해 선거가 딱 그 짝이다. 대략 세 가지 때문이다. 일단 관심이 없다. 유권자의 56.4%가 ‘관심이 없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시민은 “투표용지를 7장이나 받았는데 그중 교육감은 정당 표시도, 기호 표시도 없이 후보자 이름만 즐비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교육감 투표용지에는 후보 이름만 인쇄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 후보 이름은 난수표나 마찬가지다.

이런 무관심의 틈을 비집고 현역 교육감이 곧잘 재선에 성공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 낯익은 얼굴을 적당히 골라 찍는 이가 많아서다. 불공정 어부지리다.

여전한 그들만의 잔치

둘째, 흥행력 부재다. 공약부터 그렇다. 외국어고 자사고 특목고를 없앨 거냐 말거냐, 보수냐 진보냐, 단일화냐 아니냐, 똑같은 이슈만 반복된다. 그 나물에 그 밥, 4년마다 돌아오는 데자뷔다. 그럼에도 교육 혁명으로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후보는 차고 넘친다. 올해 경쟁률이 3.6 대 1. 문제는 이 열정도 금세 본색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중지란으로 판을 엎은 서울교육감 보수 후보들이 그랬다. ‘미친×’ ‘상종 못할 ××’ 같은 막말과 욕설을 쏟아냈다. 단일화 협상에서 드러난 보수파의 이기적 민낯이다. 보수 정책의 부활, 공공 이익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임이 확인됐다.

교육 현실에 대한 환멸은 무관심을 부른 또 다른 뿌리다. 교육감이 바뀌든, 입시제도가 달라지든 팍팍한 교육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고, 유명 대학 가기는 힘들며, 취업은 가시밭길이다. ‘위너와 루저’로 나누는 아이들의 극과 극 오디션은 여전히 반복된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반 토막 났고, 청소년 우울증은 갈수록 늘어난다. 작년 10대 자살률은 9.4% 증가했다. 교육이 바로 섰다면 이 지경이 됐을까. 진보, 보수 책임이 따로 없다.

교육감 직선제는 고비용·저효율 제도다. 정치 중립을 이유로 정당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개인 돈이 그래서 많이 들어간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61명의 후보자가 677억원을 썼다. 전국 평균이 11억1000만원. 서울 후보는 최고 28억원까지 지출했다. 일반 지방 선거의 두 배쯤이다. 그뿐인가. 세금도 많이 들어간다. 올해 교육감 선거 예산으로 각 시·도는 2000억원을 썼다.

수명 다한 제왕적 직선 교육감

교육감 후보 출마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일단 당선만 되면 회수가 가능하니까 후보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기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도 모자라 철창 신세를 진 교육감이 여럿이다.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11명이 뇌물 수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6명이 징역을 살았다.

선거 빚을 갚는다는 이유로 시험문제를 빼돌리거나 자기 수족을 취업시키는 불량범죄도 드물지 않다. 한 지역에선 이런 비위로 2명이 잇달아 구속되기도 했다. 참교육을 담당해야 할 이들이 말 그대로 ‘학교 교육’을 다시 받게 된 것이다. 누가 누구의 인성과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건지가 아리송하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은 정책 실험의 모르모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자체장 다르고, 교육감 다른 난장판 교육의 폐해다. 폐기했어야 할 제도를 ‘직선제의 멋’에 빠져 좀비로 되살려온 어른들의 업보다. 대안은 즐비하다. 대통령 임명제든, 선거공영제든, 지자체장 러닝메이트제든 논의할 때가 왔다. 이제는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