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바꾼 기시다노믹스…"분배보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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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새 경제 정책 발표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의 간판 경제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왔다. 기시다는 적극적인 분배 정책을 시행해 심각해진 빈부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으로 작년 10월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을 보면 성장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이 기업에 흘러가게 유도
전략산업·스타트업 육성 등 포함
금융소득세·자사주 매입 빠져
8개월전 취임 공약과는 딴판
구조개혁보다 '퍼주기 지원' 많아
나랏빚 늘어 성장동력 약화 우려
일본 정부는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계획을 담은 경제재정 운용과 개혁의 기본방침(호네후토 방침)을 1일 발표했다. 매년 6~7월 정해지는 이 방침은 일본 정부의 이듬해 경제정책과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이 된다.
개인자산,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
기시다 총리는 오는 7일 국무회의에서 기본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올해 경제재정 운용 기본방침은 기시다 총리가 내세운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 방안이 처음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기시다 내각은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계획을 △인적 투자 강화 △과학기술 지원 △스타트업 육성 △탈석탄·디지털화 등 4개 축으로 구성했다.인적 투자 강화에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와 개인연금(이데코)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NISA는 적립식은 투자원금의 20만엔까지, 일반형은 102만엔까지 매년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예금에 편중된 일본인의 개인 자산을 투자로 돌려 자산소득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지원책이다.
작년 말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처음 2000조엔(약 1경9315조원)을 넘었지만 60%가 현금과 예금에 몰려 있다. 개인 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시키면 개인은 부가 늘어나고 기업은 자금 조달이 수월해질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비정규직을 포함한 근로자 100만 명의 재교육을 지원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정규직으로 재취업시키는 계획도 추진한다. 저출산·고령화로 부족한 노동력을 쇠퇴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근로자 301인 이상의 모든 기업에 남녀 임금 격차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인적 자본에 대한 공시 규정도 강화한다. 또 양자기술,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탈석탄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10년간 150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재원은 일본 정부가 탈석탄경제이행채권(가칭)을 발행해 마련할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부족에 대비하기로 했다.경제 규모에 비해 빈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5개년 계획도 수립한다.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안전보장 대책도 기본방침에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까지 늘릴 방침이다.
아베노믹스와 차별성 없어
취임 8개월 만에 구체화한 새로운 자본주의 실행계획은 성장 정책의 비중이 대폭 늘어난 반면 분배 정책은 후퇴한 게 특징이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는 “1980년대 이후 성장을 중시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정을 마련하는 등 분배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날 발표된 실행 계획에는 인재 재교육을 제외하면 분배 정책으로 분류할 만한 대책이 없다는 게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금융소득 과세, 자사주 매입 규정 등이 모두 빠졌다.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패닉을 일으키자 기시다 총리가 한걸음 물러섰다는 분석이다.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및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성장전략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도록 설득하는 개혁안 대신 모든 업계의 희망 사항만 나열했다”고 꼬집었다.
구조개혁보다 지원금을 뿌리는 퍼주기식 정책이 대부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미우리신문에 “과도한 지출로 정부부채가 늘어나면 미래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