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5월 무역적자 외환위기 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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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요 품목 수출 선전에도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78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5월 기준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92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25년 만의 최대 무역적자다. 올해 수출 호조세가 이어졌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수입이 늘어난 결과다.
러-우크라 전쟁에 교역환경 악화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615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3% 늘었다. 5월 기준 사상 최대이자, 월간 기준으론 지난 3월(638억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수입은 32.0% 증가한 632억2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이에 따라 지난달 무역수지는 17억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25억1000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다.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기록했다가 2, 3월 흑자로 돌아섰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 전환했다.
치솟는 원유·가스·석탄…무역적자, 벌써 78억弗
올 들어 무역적자가 늘어난 건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47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67억6000만달러(84.5%) 늘었다. 지난달 무역적자(17억1000만달러)보다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 증가폭이 더 큰 것이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5월 배럴당 평균 54.8달러에서 올해 5월 108.2달러로 1년 사이 97.4% 뛰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이 기간 Mmbtu(열량단위)당 7달러에서 32.9달러로 올랐고, 호주산 석탄 가격은 106달러에서 404.8달러로 상승했다.수출이 지난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교역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세계 경기 하강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1일 ‘5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서 “(무역)적자 지속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초만 해도 무역적자를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는데, 상황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무역적자가 15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저성장,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 심화 등으로 인해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온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투자 활성화와 기업의 파괴적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기업이 직면한 금융·물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업종별 특화 지원 등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