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區 권력지형도 재편…12년 '민주당 천하' 끝났다

서울 구청장 표심 변화

국민의힘, 4년전보다 선전
'정당 투표' 양상 구청장 선거
오세훈 압승으로 국힘 반격

文정권 5년 심판론 크게 작용
서울시-자치구 협치 속도낼 듯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유권자들이 서울 강남구청에 설치된 삼성2동 제5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리면서 서울 25개 자치구의 권력 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석권하며 사실상 ‘싹쓸이’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10곳 이상의 자치구를 탈환하며 반격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천하’ 구도 깨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0시30분 기준 25개 서울 자치구 중 국민의힘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곳은 9개 지역이다. 동대문구 강서구 등 접전 양상을 보이는 곳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이 10곳 이상의 자치구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서울지역 구청장 선거는 역대 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가 대거 당선되는 ‘정당 투표’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전 자치구에서 승리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2010년 21곳, 2014년 20곳, 2018년 24곳의 자치구를 가져가며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 중 강남구와 송파구를 민주당에 내주는 치욕을 겪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승을 거뒀을 때도 강남3구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4년 전 강남3구에서 이변을 일으킨 데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강남3구를 다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부진한 재건축 추진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강남3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윤 대통령은 강남구에서 23만5897표(67.01%), 서초구에서 17만9472표(65.13%), 송파구에서 25만5166표(56.76%)를 얻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서울 전체 득표율(50.65%)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文정부 심판론 작용”

애초 국민의힘은 이번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17곳 안팎의 승리를 예측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며 오 후보가 당선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집권 12년 지방권력에 대한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힘은 재당선이 유력한 오 후보를 앞세워 각 자치구 공략에 나섰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10년 전 제가 서울시장이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25개 자치구청장, 시의원까지 압도적으로 당선되며 서울시가 엄청난 속도로 바뀌었다”며 “이번에도 서울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이 한꺼번에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자치구 협치 이뤄질까

국민의힘 후보들이 약진하며 서울 자치구 권력 지형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선 지방선거에서도 정권심판론과 맞물려 서울 자치구의 재편이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한나라당이 25개 자치구 전부를 싹쓸이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끝난 직후 치른 3회 지방선거 때도 한나라당은 22개 자치구를 차지했다.국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내내 계속된 공정 이슈와 인사 참사,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 등이 겹치며 변화를 요구하는 표심이 강해진 것 같다”며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과거 선거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강남3구를 포함해 민주당에 빼앗겼던 서울 자치구를 상당수 탈환하면서 신속통합기획 등 지역 재개발·재건축, 도심 개발, 지역공약 이행 등 오 후보가 추진해온 서울시 주력사업이 탄력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