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아테네' 콜롬비아 문학이 온다
입력
수정
지면A28
《소용돌이》《폐허의 형상》 등콜롬비아는 문화 강국이다. 수도 보고타를 ‘남미의 아테네’로 부를 정도로 세계 문화계는 콜롬비아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찬밥 신세였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정도를 빼면 국내에 번역된 콜롬비아 책은 거의 없었다.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콜롬비아 작가들의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폭력으로 뒤덮인 콜롬비아 현대사를 개인의 비극과 연결 지은 작품들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 대부분이다.《소용돌이》(문학과지성사)는 20세기 걸작 자연주의 소설로 꼽히는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의 장편소설이다. 젊은 시인 아르투로 코바가 밀림을 떠돌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사랑·질투·폭력이 뒤엉킨 이야기를 강렬한 자연의 모습과 함께 그렸다. 1924년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 폭력이 만연했던 콜롬비아의 현실을 밀림에 빗댔다. 책을 번역한 조구호 배재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는 “소용돌이는 중남미 3대 자연주의 소설 가운데 하나”라며 “자연과 삶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 소름 끼치게 섬세한 묘사, 시적 표현은 삶을 꿰뚫는 폭력성과 절망감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수교 60주년 맞아 잇따라 출간
콜롬비아의 현대사는 폭력으로 점철돼 있다. 좌·우의 이념 대립, 백인과 원주민 간 갈등, 내전과 마약 전쟁 등으로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이런 현대사의 비극과 그 비극에 먹힌 개인의 삶은 콜롬비아 문학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다.
《폐허의 형상》(문학동네)은 1948년 보고타에서 자유당 정치인 호르헤 엘리에세르 가이탄이 총에 맞아 살해된 이야기를 그린다. 원주민과 흑인의 피가 섞인 가이탄은 자유파 정치인으로, 사회 비주류층의 지지를 받아 자유당 대통령선거 후보에 올랐다. 분노한 시민은 대통령궁으로 향했고, 군대의 사격으로 이틀 동안 2000명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보수파와 자유파의 대립이 격화하며 1960년대 초반까지 20만 명 이상이 희생된 ‘라 비올렌시아(폭력의 시대)’를 연 사건이다. 이 책은 2019년 영어로 번역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청부 살인자의 성모》(민음사)는 1990년대 붕괴된 사법 체계 속에서 폭력 조직과 청부 살인자가 만연한 메데인을 배경으로 한다. 2003년 스페인어권 문학계 최고 권위의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받은 페르난도 바예호(80)의 대표작이다.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10인의 소설을 모은 《살아내기 위한 수많은 삶》(사회평론), 12명의 대표 시를 모은 《우리가 노래했던 바람》(사회평론)도 출간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