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많던 2022 MSI…고질병인가, 성장통인가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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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치열한 접전 끝에...아쉽게 패배한 T1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가 주관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국제대회인 'MSI(Mid Season Invitational) 2022 부산'이 막을 내렸다. 29일 진행된 결승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중국리그 대표 RNG(로얄 네버 기브업)였다. 5년 만에 MSI 결승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던 한국 대표 T1은 아쉽게도 세트 기준 2승 3패로 석패했다. RNG는 작년에 이어 MSI 2연패를 달성하며 최초로 3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경기는 치열했다. 서로 번갈아 승리하며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국내 중계진들도 “99점대 98점 간의 대결”이라 표현할 정도였다.글로벌 인기 팀의 흥미진진한 대결에 시청자 수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결승전 최고 시청자 수는 219만 명으로 작년 MSI 결승전(183만 명)보다 36만 명이나 늘었다. MSI 기준으론 역대 최다였고, 라이엇 주관 국제대회 전체를 통틀어서도 네 번째로 많은 시청자였다. 현장 관객도 몰리면서 결승전을 포함해 T1이 출전한 모든 경기는 매진될 정도였다.RNG 온라인 참가...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이번 MSI는 잡음도 많았다. 가장 큰 논란은 RNG의 온라인 참가였다. 중국 내 코로나 확산에 따라 상하이 봉쇄가 더 엄격해지면서 내려진 결정이다.온라인 참가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국내리그 팀인 젠지 e스포츠의 아놀드 허 사장은 “온라인은 좋든 싫든, e스포츠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세계 어디서든 대회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이 e스포츠만의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T1의 조 마쉬 CEO도 SNS를 통해 “LPL이 MSI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기쁘다”고 말했다.문제는 35m/s 응답속도(이하 핑) 고정과 지켜지지 않은 대회 규정들이었다. 이 때문에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이 의심받았다.
핑이란 게임의 반응속도 단위로 높을수록 더 느리게 응답한다는 의미다. 35m/s 핑 고정은 다른 스포츠에 비유하면 달리기 속도를 제한한 것과 같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어도 모든 선수가 일정한 속도에서 경기를 펼치게 한 것이다. 2020년 미드시즌컵(MSC)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응답속도를 제한한 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모든 팀이 참가하기 위해 인터넷 환경을 제한한 것이다.
문제는 이 응답 속도가 평소 중국 리그 선수들이 한국 서버에서 경기할 때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적응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일각에서는 중국팀이 자국 사정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페널티가 아닌 어드밴티지를 적용받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현장에서 핑 고정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RNG의 그룹 스테이지 3경기를 다시 치루는 등 잡음을 키웠다.기름을 부은 건 지켜지지 않은 대회 규정 위반이었다. 라이엇이 발표한 규정집에 따르면 MSI 참가 선수들은 개인 헤드셋과 모니터를 사용할 수 없다. 외부 소음을 막기 위해 헤드셋에선 최소 ‘핑크 노이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더해 선수를 감시하는 카메라는 최소 2대 이상이어야 한다.하지만 RNG 선수단은 헤드셋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경기에 임했다. 아예 쓰지 않거나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기도 했다. 선수를 비추는 캠 카메라도 개수가 모자랐고 경기 도중 꺼지기까지 했다. 상하이 봉쇄로 인해 심판은 RNG가 경기하는 현장에 파견되지도 못했다.
이에 대해 라이엇은 “상하이시 봉쇄로 인해 경기에 필요한 물자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카메라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선 “안정적인 핑을 유지하기 위해 얼굴 카메라 대신 하나의 카메라로 모든 선수를 잡을 수 있게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심판 기능에 대해서도 “원격으로 모니터링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RNG 연습실 벽면에 MSI 관련 배너 등을 놓고 일각에선 “헤드셋 등도 배송 안 되는 데 배너는 왜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대회마다 터지는 공정성 논란, 개선책 마련 나서야
라이엇이 국제대회 운영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MSI에서는 중국팀의 귀국 일정을 이유로 다른 팀과 상의 없이 일정 변경을 통보했다. 같은 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선 조별 예선 1위였던 한국팀 대신 중국팀이 4강 1경기에 배정돼 특혜 논란을 빚었다.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계적인 스포츠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와 공정성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비난받고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진다.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인기 하락은 연이어 터진 승부조작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라이엇이 이번 논란을 매번 겪는 ‘고질병’으로 여기지 말고 ‘성장통’으로 삼길 바란다. 이를 위해 공정한 국제대회 표준 마련과 엄격한 규정 이행이 동반돼야 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