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먹힌 하나은행 ‘라방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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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하나은행이 지난 3월18일 NS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엔라방’에서 진행한 라이브방송은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동안 진행된 이 방송의 전체 시청자 수는 12만138명,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만1416명에 달했다.
금융은 어렵다고 여기는 MZ세대 겨냥
쌍방향 채널 활용해 재밌게 금융상품 소개
방송 이후 주요 상품 가입수 600% 이상 증가
하나은행이 소개한 상품은 ‘하나원큐’ 앱의 환전지갑. 방송 이후 일주일간 고객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환전을 완료한 건수는 방송 전 대비 403% 증가했다. 일회성 성공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청소년 금융 플랫폼 ‘아이부자 앱’이나 모의 투자게임 ‘투자의 마블’ 홍보 방송을 했을 때도 각각 5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모였고 가입 건수 증가율은 600% 이상이었다. 하나은행은 작년 7월 자체 유튜브 채널 ‘하나TV’에서 첫 라방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총 10여차례 방송을 내보냈다. 화장품이나 의류 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라방 시장에 하나은행이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어렵고 딱딱하게 여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라방 마케팅’을 선보인 것이 먹혀 들었다는 평가다.
상황 1 MZ세대의 금융시장 영향력 확대
도전 1 실시간 소통 가능한 ‘라방’ 선택
작년 금융권에선 ‘자이낸스(Z세대+파이낸스)’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젊은 세대가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경제력은 낮지만 레버리지를 과감하게 일으켜 투자나 소비를 하는데 적극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친구처럼 지낸 요즘 젊은 세대는 부모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하나은행은 M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 라방을 마케팅 창구로 선택했다. 은행들의 기존 주요 마케팅은 일방적인 단방향 텍스트 형태였다. 하지만 라방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쌍방향 채널이다. 은행원이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상품의 특장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시청자가 채팅창을 통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면 댓글로 바로 응대해 줬다.하나은행은 기존 은행원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어 라방 마케팅을 선보였다. 공모를 통해 라방에 열정과 관심이 있는 직원을 선발해 라이브커머스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단순히 MZ세대만 겨냥한 마케팅 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고객들의 영업점 방문이나 은행원의 대면 영업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라방은 대체 홍보수단 역할도 톡톡히 했다.
상황 2 은행 라방에 관심 가질까?
도전 2 재미와 현장감 가미
무형의 금융상품과 커머스를 결합한다는 발상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금융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한테 어떤 방식으로 어필할지가 고민이었다. 하나은행은 시청자가 금융도 쉽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예를 들어 ‘하나원큐’ 앱의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를 소개하는 라방을 할 때, 하나은행 건물 주차장에 중고차를 전시하며 진행을 하는 방식으로 현장감을 살렸다. 넷마블과 제휴를 통해 투자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든 투자의마블 서비스를 소개할 땐 실제 보드를 펴놓고 주사위를 굴려가며 진행자들이 게임을 선보였다. 게임 속에서 어떤 종목을 투자할지 결정을 할 때 댓글로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소통도 잊지 않았다. 환전에 대한 라방을 진행할 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에 나갈 수 없어 환전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이에 국내에서도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음식점 바이킹스워프와 제휴했다. 라방 중 바이킹스워프에서 판매하는 랍스터와 망고를 세팅해 ‘먹방’을 하면서 환전지갑 서비스를 소개했다.
하나은행은 라방을 시작하기 전에도 젊은 세대가 하나은행에 쉽고 편리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여러 마케팅을 진행했다. 최근엔 래퍼 ‘원슈타인’을 모델로 한 하나원큐 영상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e스포츠 구단인 SKT CS T1과 함께 ‘하나원큐 집롤대회’를 열었고 CU편의점과 연계한 ‘영하나통장’도 만들었다.
상황 3 라방 마케팅, 정례화 방법은?
도전 3 하나원큐 앱에 라방 콘텐츠 탑재
하나은행은 그동안 자체 유튜브 채널인 하나TV나 홈쇼핑 방송을 통해 라방을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라방 콘텐츠를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에 유튜브나 외부 채널이 아니라 자체 플랫폼인 하나원큐 앱에서 라방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하나원큐 라방의 주기는 월 2회다. 라방이 있는 날엔 하나원큐 앱 배너에 라방이 노출된다. 1회차 콘텐츠로는 하나원큐 앱 자체를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하나원큐 앱에 단순히 입금이나 송금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많다는 점을 소개했다. 하나원큐 앱에서만 라방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하던 대로 외부채널에서도 격월에 1회 정도 라방을 선보이는 ‘듀얼 전략’을 택했다.
나이키가 선보인 D2C(소비자직접판매) 전략이 연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키는 아마존 같은 커머스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자체 판매채널을 구축했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고 고객과 접점을 늘릴 수 있다.
현재 은행 플랫폼을 단순히 금융 앱이 아니라 종합 앱으로 키우기 위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나 NFT(대체불가능토큰), 날씨, 뉴스, 여행 등 다양한 비금융 콘텐츠를 집어넣어 고객들이 앱에 더 자주,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기가 증명된 라방을 통해 하나원큐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혜택을 고객들한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은행은 자사에서만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스포츠 티켓 예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6월 열리는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하나은행의 전용석인 ‘하나원큐존’에서 관람하려면 반드시 하나원큐를 통해 예매를 해야 한다. NFT를 활용한 경품 마케팅도 하고 있다. xxblue와 협업해 유명작가의 미술작품을 하나원큐에서 경품으로 주고 있다. GS25 편의점이나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과 연계해 포인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생활 속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하나은행의 라방도 기존 은행권 문법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이끌어낸 참신한 마케팅 방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금융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마케팅을 할 땐 ‘타게팅’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을 겨냥한다는 뜻은 다르게 말하면 어느 누구도 핵심 타게팅하지 않는다는 말이 될 수 있다. 하나은행이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 라방 마케팅이 나올 수 있었다.
하나은행이 20대를 위한 브랜드 ‘영하나’ 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작년 6월 출시한 금융교육 앱인 아이부자도 핵심 타게팅의 좋은 사례다. 어린 자녀나 부모들을 겨냥해 학생증 카드 신청 및 발급, 주식 정보, 용돈 관리법 등의 콘텐츠를 담았다.
이인혁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금융서비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한 가지는 소비의 기간이 매우 길다는 점이다. 레스토랑, 헤어숍 등 일반적인 서비스의 경우 해당 서비스가 전달되는데 보통 1~2시간, 혹은 길어야 반나절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은행에서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의 경우 보통 1~2년, 대출 상품의 경우 20년, 30년 만기가 일반적이다.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평생을 가입하여 이용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금융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장기적 특징으로 인해 금융마케팅에서는 특별히 “관계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한다. 관계마케팅이란 소비자의 만족, 신뢰, 몰입을 단계적으로 유도하여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관계마케팅을 위해 마케터는 구체적으로 신규 고객을 어떻게 획득할지(Customer Acquisition), 기존 고객을 어떻게 유지할지(Customer Retention), 기존 고객에게 어떻게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지(Add-on Selling), 고객의 이탈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Churn Management) 등을 고민해야 한다.
특별히 금융산업의 경우 소비자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큰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기존 주거래 금융회사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영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산업 고객의 평균 이탈률이 15~20%인 반면 은행의 이탈률은 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금융산업에서 “신규고객 획득”이 더욱 중요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신규고객을 획득하는 방법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거와 같은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점 마케팅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MZ 세대는 하루 종일, 그리고 일주일 내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인식한다.그들은 ‘편의성’의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영업점 정보보다는 디지털 정보를, 그리고 글보다는 동영상을 더욱 선호한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해 MZ세대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였다. 이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타깃 고객의 특성에 매우 적합한 신규고객 획득 전략이었다.
이처럼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의 최종 도착지, 즉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 상품, 서비스에 접근하는지 그 경로(Journey, or route to product)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금융마케터에게 신규고객 획득은 관계 마케팅을 위한 첫 출발인만큼, 각 세그먼트별 삶의 방식과 소비 패턴에 맞는 적절한 경로를 파악해 새로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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