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000억 달성' 문천식 "쇼호스트는 위험한 부업" [본캐부캐]
입력
수정
[김수영의 본캐부캐]
스타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개그맨 겸 쇼호스트 문천식
누적 매출액 5000억 판매왕 되기까지
"신뢰·진정성 중요…공장 직접 가보기도"
"내 근간이자 본업은 개그맨"
"라디오 DJ로 웃기는 일 놓치고 싶지 않아"
"가족애 담은 코미디 영화 만드는 게 목표"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맞춘 걸로 해주세요. 제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준하와 함께 '바보 콤비'로 활약하며 대중에 개그맨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확실히 각인시켰던 문천식. 이제 그의 이미지는 사뭇 달라졌다. 훤칠한 키에 깔끔한 이미지로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이 친숙하다. 1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공한 부업'이다.개그맨, 배우, 쇼호스트, 라디오 DJ까지 그를 표현하는 말은 많다. 문천식은 "일을 정말 좋아한다. '노브레인 서바이벌' 이후 오랜 시간 고용 불안정에 시달렸다. 일이 주어지면 신나고 감사하다. 언젠가 이 일이 끝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쉼 없이 일하고 싶다"고 했다.
#부캐 '누적 매출액 5000억 달성' 쇼호스트 문천식
홈쇼핑과의 연이 시작된 것은 2011년도. 문천식은 "'노브레인 서바이벌'이 끝나고 내 예술혼이 사라질까 봐 드라마에 뮤지컬, 라디오 게스트까지 코미디언으로서 할 수 있는 웃긴 일을 다 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당시 라디오 게스트를 11개까지 했다는 그는 "갑자기 홈쇼핑 섭외가 왔다. PD가 라디오를 다 들었는데 너무 재밌다면서 홈쇼핑을 딱 3개월만 하자더라. 부담 없는 기간이라 곧 태어날 아들 출산 자금 좀 마련할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웬걸 적성에 맞고 재밌더라. 마침 매진도 됐다. 그렇게 '홈쇼핑은 진짜 재밌는 부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이렇게 돈 되는 부업 없다"며 유머러스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일도 허투루 하는 법 없는 그의 노력과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쇼호스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문천식은 "신뢰성과 진정성"이라고 답했다."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몇백만 유튜버인 시대잖아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불분명해졌죠. 홈쇼핑도 라이브 채널 7개에 녹화 채널까지 15개나 있어요. 주요 채널 사이에 껴서 이것저것 사라고 하니 사실상 구분 짓기가 거의 어렵죠. 결국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제품을 써보고 방송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가 말하는 '진정성'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문천식은 "진정성을 가지려면 나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하고 직접 제품을 써본다. 써보지 않으면 안 판다는 원칙이 있어서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오면 돈 얘기부터 안 하고, 제품부터 써봐야 한다고 한다. 또 공장이 수도권이라면 직접 가보기도 한다. 공장에 가서 얼마나 위생적인 시설인지, 안전한지 등을 본다.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식품이라면 공장에서 마크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공부한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문천식은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건지 전반적으로 공부한다. 해당 업체 대표가 원산지를 갔다 온 영상을 받아서 보기도 했다"면서 "그렇게 공부하고 확인한 정보에 웃음 한 스푼 섞어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고. 일례로 4년째 같은 탈모 샴푸를 팔아오고 있다는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탈모 진단이 나왔다. 그 뒤로 정말 많은 탈모 샴푸 판매 제안이 들어왔는데 내가 직접 써보고 제품을 선정했다. 판매 초반에는 '탈모'라는 부끄러운 자기 고백부터 하나하나 다 이야기한다. 운동하고 땀 흘린 상태로 와서 대기실에서 머리를 감고 바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드라이했으면 드라이했다고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문천식은 "그렇게 재구매 1위, 재구매 9만회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가는 거다. 이 데이터들이 또 하나의 새로운 신뢰가 된다"며 "늘 자기 전에 복습하고, 어떻게 새로운 멘트를 할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는 '누적 매출액 5000억원', '시간당 21억 매출 달성'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5000억이라는 게 사실 제 돈은 아니잖아요. 그중에 극히 일부를 받는 것뿐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홈쇼핑 업계가 돌아가는 데 커다란 톱니바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는 쇼호스트를 "위험한 부업"이라고 칭했다.
"제품이 안 좋으면 라디오 나와서 일하는 제 모습도 보기 싫어질 거 아니에요. 대박 나겠다는 느낌으로 제품을 선정하면 안 되고, 돈 주고 산 사람들이 적어도 내 욕은 안 하겠다는 정도가 되어야 해요. 문천식 믿고 샀는데 좋다는 반응이 나와야죠."
#본캐 '웃기는 게 좋은' 천생 개그맨 문천식
문천식은 지난해 연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부업에 매진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웃음 주는 일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본업의 끈을 놓지 않은 우직함이 있었던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2017년부터 6년째 정선희와 함께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진행해오고 있는 그는 라디오 DJ 일은 자신의 '근간'이라고 했다. 인터뷰 도중 웃음을 터트리는 기자를 향해서도 연신 "웃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사람들이 웃는 게 좋다"고 말하며 개그맨 DNA를 표출한 문천식이었다.
1999년 MBC 10기 공채로 데뷔한 그는 '노브레인 서바이벌'을 만나며 6년간 한 주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더 재밌는 걸 가져오라"는 말과 함께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문천식은 2004년 '노브레인 서바이벌'이 끝나던 때를 떠올리며 "코미디를 그만둘 거란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코미디와 나는 오래된 연인, 친구와 같은 관계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직장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계속해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이어 드라마와 뮤지컬까지 웃음을 주는 역할을 소화한 그였다. 다수의 라디오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며 활약했다. 문천식은 "제가 할 수 있는 한 웃기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라디오 DJ석 역시 그가 말로써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문천식이 학창 시절부터 꿈꿔온 자리이기도 했다. "'유머 일번지'도 참 좋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닌, 매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러나 라디오 DJ의 꿈을 이루기까지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문천식은 "5만원씩 받으며 시작한 라디오 게스트를 15년이나 했다. 많을 때는 최대 11개까지 게스트로 나갔는데도 DJ를 안 시켜주더라"며 웃었다.
어렵게 얻은 자리인 만큼, 라디오 DJ는 그에게 본업이자 우선순위가 됐다. 문천식은 "매주 5일 생방송을 하니 드라마나 예능 섭외가 들어와도 놓치는 게 많다. 그래도 난 웃기려고 태어난 사람이지 않냐. 사람들을 매일 웃길 수 있는 이런 직업은 또 없다. 돈을 덜 벌더라도 이건 해야 한다. 내 뿌리는 잃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인간 문천식은 '매 순간 열심히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삶의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면서 "코미디언으로 살려면 돈 욕심은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산다. 누구보다 잘나지 않았지만 못나지도 않았다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번아웃이 오면 '그럴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의 동력은 가족이었다. 문천식은 선천성 화염성 모반이라는 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들을 돌보며 "나만 소중한 게 아니고 아내의 삶도, 가족들의 삶도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즐겁게 뛰어노는 게 행복이라고 밝힌 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열심히 사는 아빠, 애쓰는 가장이 내 목표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들 등원은 내가 시킨다.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등원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묵묵하게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꾸준한 기부와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문천식은 지난해 사랑의열매 착한 가정 3000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아들이 태어난 이후 약 10년째 충북 옥천의 한 애육원에 꾸준히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문천식은 "아들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면서 세상에 아픈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아프다는 이유로 버림받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거다.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에 큰 금액은 아니지만 계속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도움으로 시설 곳곳이 보수되고 개선된 사진을 보여주며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후배 사랑도 지극했다. "후배들이 요즘 다 힘들다는데 소주 사줄 수 있는 선배라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문천식은 "후배들이 유튜브를 통해 각자의 길을 찾아 나가더라. 너무 대견하고 대단하다. 나도 '숏박스'에 출연시켜준다면 나가고 싶은 정도"라고 했다.
그는 "나도 물론 외제차를 타고, 건물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지금은 후배들 소주 한 잔씩 사주고, 애육원에 후원금을 보내고,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좋은 신발을 사주는 게 더 좋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외제차나 건물도 사지 않을까"라며 웃었다.끝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자 문천식은 "돈이 모이면 건물 안 사고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탈리아 코미디언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 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전쟁통 속에서도 아이를 구김 없이 키우려는 과정,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끌어가는 힘, 그 민족의 역사까지 잘 버무려놓은 맛있는 비빔밥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있다면 나도 가족애를 담은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답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