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만 있냐?···"소외된 차녀들, 한 발 앞으로!" [책X책]

'책X책'은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 저자·출판사 등은 달라도 곁들여 읽으면 좋을 책들을 소개합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K-장녀'. 요즘 한국의 첫째 딸들을 일컫는 말이다. 맏딸들이 자조적으로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장녀는 살림 밑천'이라는 옛말이 보여주듯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맏딸에게 과중한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녀의 한(恨)'을 다룬 책도 많다. 최근 1~2년 사이 나온 책만 해도 <장녀>(황의건, 출판사 예미) <1남 1녀 중 장녀>(한가을, 여기,가을) <모녀의 세계>(김지윤, 은행나무) <장녀들>(시노다 세츠코 지음, 안지나 옮김, 이음) 등이 있다.

그럼 둘째 딸은?"차녀들이여, 이제 우리가 마이크를 쥘 차례다." 이진송 작가가 최근 출간한 <차녀 힙합>(문학동네) 띠지에 적힌 문구다.

이 책은 둘째 딸의 입장에서 가족의 역학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전국둘째연합회장'을 자처한 이 작가는 1988년 3녀 1남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또 딸' 취급을 받았다. 친척들은 사촌을 데려다가 양자 삼으라는 소리도 무람없이 했다. 약 30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제는 '딸 바보' 열풍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사이에 태어난 무수한 딸들의 이야기가 나는 늘 궁금했다."

저자는 "한 번 남은 부모의 자식 뽑기 기회를 '또 딸'로 태어나 허무하게 날려버렸다는 죄책감이 혈관을 타고 은은하게 흐르는 둘째 딸, 첫째보다 뛰어날까봐 걱정하는 양육자의 눈을 기억하는 둘째 딸, 아들 노릇을 해야 한다는 말이 귀에 딱지로 앉은 둘째 딸"들을 향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또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한다. "둘째 딸이 아니더라도 끝없이 순서가 밀리고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소외당했던 누군가들, 여기여기 다 붙어라!"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 물으며 시작한 책은 계간지 <계간홀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발간하며 '정상 가족' 너머를 상상하는 이야기까지 뻗어간다.

책 말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결국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든 우리는 다 자랐고, 여기서부터의 삶은 '내가' 결정하고 바꿀 수 있다고요. 나로는 충분하지 않을까봐 마음 졸였던 모든 딸들이 이제 자기 자신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길."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