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사시 올패스한 부산의 아들, 尹대통령에게 받은 특명은 [김인엽의 대통령실 사람들]

사시 합격·하버드 석사 출신의 엘리트 관료
'제2의 조국'으로 불리며 정치 입문 거론돼

"이념 위주 경제정책" 반대하며 보수당 선택
해외 금융기관 유치해 부시장 성과 인정받아

2030 엑스포 유치 따라 정치적 평가 갈릴 듯
김윤일·김병환과 '부산 비서관 3인방' 꼽혀
박성훈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이 지난해 1월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경선 후보이던 당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22살에 행정고시 합격, 30살에 사법고시 합격, 서울대 학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대학원 석사,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최연소 부산시 경제부시장 …

살면서 하나만 가져도 남부러울 게 없는 이력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실에는 이 이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부산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 박성훈 기획비서관이 그 주인공입니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28년 관료 생활을 뒤로하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비록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부산 시민들이 지켜보는 '정치 기대주'임을 증명해보였습니다.

'제2의 조국'으로 불린 공무원, 국민의힘을 택하다

박 비서관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말 무렵입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해 치러진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 박 비서관이 출마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 비서관을 '제2의 조국'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부산 출신, 깔끔한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 비서관이 출마한다면 스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 비서관은 2021년 1월 결단을 내립니다.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사퇴하고 4·7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겁니다. 선택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박 비서관을 경제부시장으로 발탁한 인물이 오 전 시장일 뿐만 아니라 박 비서관이 민주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박 비서관은 이후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며 "이념 위주의 경제정책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비서관의 첫 정치 도전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재선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당내 경선 최종 2위에 오른 겁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54.04%, 박 비서관이 28.63%, 이 전 의원이 21.54%를 득표했습니다. '젊은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힘을 발휘했습니다. 비록 박 시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향후 부산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할 역량을 증명한 셈입니다.
박 비서관이 지난해 1월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로서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에 위치한 카페 '빈티지38'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사 김동연 독려에 '사법고시'까지 패스

박 비서관이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 시장'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염원이 있었습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점차 경제 주도권을 경기·인천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필요로 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형 생산기지는 르노삼성자동차 공장밖에 없지 않느냐"는 박 비서관의 외침이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박 비서관의 이력은 '경제 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박 비서관은 1993년 22살의 나이에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던 그는 학업을 마치고 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의 전신)와 총무처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8년 뒤인 2001년 43회 사법고시에도 합격했습니다.

당시 기획예산처 행정 3팀장이었던 김동연 경기지사가 박 비서관에게 사법고시에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박 비서관은 사법고시에 통과해 사법연수원까지 수료했지만 관료의 삶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박 비서관이 관료 생활을 계속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사회를 전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흙수저'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듯하게 자라왔을 법한 깔끔한 외모와 달리 어렸을 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부모는 박 비서관에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법조인의 삶을 살기 권했으나, 이같은 박 비서관의 신념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하네요.

이후 박 비서관은 2008년 세계은행으로 파견돼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에는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기재부로 복귀한 그는 머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습니다. 청와대 기획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게 된 것입니다.

박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능력을 인정받고 청와대 경력을 이어나갑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는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밤낮없이 근무했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벽 3시마다 택시를 불렀더니 택시 기사가 월 단위로 정기권을 끊어서 택시를 타라고 했다"는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됐습니다. 만 48세의 나이로 최연소 경제부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에도 경제부시장으로 재임용됐습니다. 부산시는 당시 박 비서관을 다시 임용하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탄탄한 인맥과 특유의 업무 추진력으로 국제관광도시 선정, 센텀2지구 그린벨트 해제, 북항재개발 2단계사업 부산시 컨소시엄 참여 등 재임 4개월간 크고 작은 성과를 많이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부시장 재직 당시 최대 성과로는 '해외 금융기관 유치'가 꼽힙니다. 부산시는 그간 '국제금융허브'를 지향했지만 해외 금융기관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처음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외국 금융기업 6개사를 유치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박 비서관의 경험이 유치전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30 엑스포 유치로 '부산 거물' 될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5월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실에 발탁된 박 비서관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바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부산을 방문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죠. 부산엑스포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43조원으로, 2002 한·일월드컵보다 더 크다는 조사결과(산업연구원, 2021년)도 있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박 비서관은 부산지역 국회의원·시장 선거 출마의 큰 기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비서관의 국내외 네트워크는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 중 하나입니다. 그는 케네디스쿨 재학 시절 해외 유력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박 전 비서관이 유학 시절 교우로 지낸 아구스 유도요노는 현재 인도네시아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아구스 대표는 수실로 밤방 유도 요노 전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박 비서관은 몰도바 대통령인 마리아 산두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엑스포 유치전은 1국 1표를 행사하는 형식인 만큼 중소국가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이 유치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내 '부산 비서관 3인방'은 엑스포 유치전을 맡을 중추로 꼽힙니다. 대통령실 내 엑스포유치 한시 조직인 '미래전략비서관실'을 맡고 있는 김윤일 비서관,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 그리고 박 비서관이 그 주인공입니다. 김병환 비서관은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박 비서관과 동기입니다. 김윤일 비서관은 박 비서관의 후임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맡았습니다. ['대통령실 사람들'은 용산 시대를 열어가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통령실과 관련해 더욱 다양한 기사를 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