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생명 구하겠냐" 질문에 "네" 한 당신…왜 기부는 안할까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도덕성 추구하며 자기 이익 찾는 인간
모순된 행동의 원인 6가지로 나눠 소개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이다. 우리는 무엇이 좋은 일이고 나쁜 일인지 머리로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행동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삶을 자주 배반한다. 좀처럼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옳은 일을 하고 싶지만 나쁜 일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 선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악한 사람이 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최근 유행하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지식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보려는 학문이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을 반복하는 인간의 행동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00유로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네’여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부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아민 팔크 독일 본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Warum es so schwer ist, ein guter Mensch zu sein)》라는 책을 통해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잘 알지만, 행동은 왜 달리 하는지에 대해 밝힌다.

오랜 연구와 심리 실험을 통해 발견한 인간 행동에 관한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인간을 도덕적으로 또는 비도덕적으로 만드는 조건과 환경을 분석한다. 성격 성별 교육 환경 문화 등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살펴본다.
선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저자는 인간은 모두 사회의 공동선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돈과 노력이 들더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들이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쓰레기를 다시 가져오고, 아무도 보지 않는데 무임 승차하지 않고, 자선단체나 지역 푸드뱅크에 참여하고, 난민이나 어린이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게 대표적인 예다. 병들어가는 지구에 신경 쓰는 삶, 팬데믹 상황에서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을 지키는 삶이다.대다수는 이런 삶을 바라면서도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그런 자신에게 실망한다. 팔크 교수는 책을 통해 이런 모순의 원인을 6가지로 소개한다. 첫 번째는 ‘근본적인 목표의 충돌’이다. 인간은 도덕성을 추구하면서 또한 자기 이익을 찾는데, 이 두 가지 목표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원인은 ‘이미지 걱정’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은 우리를 신경 쓴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고민은 선택을 왜곡한다. 세 번째는 기분이나 감정과 같은 ‘본능적 요소’다. 질투심 같은 감정은 선한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쉽게 제압해 버린다. 그밖에 ‘상호 의존’ ‘책임의 분산’ ‘인간의 다양성’은 우리를 바람직한 선택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느라 사회적 책임을 뒷전으로 미룬 사람들의 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공동선을 지키는 선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를 위한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